트럼프, 경찰 밀어 다친 노인에 "설정 아냐?"…공화당도 손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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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이 또 구설에 올랐다. 경찰이 밀쳐 다친 노인이 일부러 세게 넘어졌고, 극좌단체 선동가로 의심된다는 내용이다. 당장 대통령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제기했다는 비판이 불거졌고, 공화당 의원들조차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며 선 긋기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미확인 정보를 올려 '음모론' 제기 논란에 휩싸였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미확인 정보를 올려 '음모론' 제기 논란에 휩싸였다. [A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지난 4일 뉴욕주 버팔로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밀치는 바람에 넘어져 머리를 다친 마틴 구지노(75)를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구지노가 휴대전화를 들고 있었는데 경찰 통신을 엿듣는 듯했다며 “경찰이 민 것보다 더 세게 넘어진 것 같다. 설정일 수도 있다?”고 적었다. 이어 그가 극좌 집단을 일컫는 ‘안티파’ 선동가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BBC에 따르면 이 음모론은 지난 6일 보수 성향 블로그에 올라온 것이다. 이어 보수성향 매체인OANN(One America News Network)도 그 내용을 보도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트윗 글에 OANN 해시태그를 달았다.

미 뉴욕주 버팔로 경찰이 시위현장에서 75세 노인을 손으로 밀치는 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있다. 경찰은 넘어진 노인을 그대로 방치하고 지나갔다. [WBFO 트위터 캡처]

미 뉴욕주 버팔로 경찰이 시위현장에서 75세 노인을 손으로 밀치는 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있다. 경찰은 넘어진 노인을 그대로 방치하고 지나갔다. [WBFO 트위터 캡처]

공화당 의원들도 '당혹'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미확인 정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경찰의 과잉 대응에 여론의 비판이 빗발치는 가운데 음모론까지 제기하며 경찰을 감싸고 있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10일 트위터에 “나의 아버지는 권력 남용보다 더 큰 죄는 없다고 했다”며 “평화로운 시위대에게 상해를 입히는 경찰이든 음모론으로 그 경찰을 옹호하는 대통령이든”이라고 적었다. CNBC에 따르면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대해 “혐오스럽다. 구지노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뉴욕주 버팔로에서 경찰이 밀쳐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친 70대 노인이 극보수주의인 '안티파' 선동일 수 있다는 미확인 정보를 올려 비판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뉴욕주 버팔로에서 경찰이 밀쳐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친 70대 노인이 극보수주의인 '안티파' 선동일 수 있다는 미확인 정보를 올려 비판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논란이 커지자 공화당마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공화당 의원들이 침묵으로 반응했다고 전했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나는 트윗을 읽지 않고 쓰기만 한다”며 언급을 피했고, 케빈 크래머 상원의원은 “이번 사건에 대해 전혀 모른다”며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당내 반트럼프 인사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공화당 중진인 롬니 상원의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충격적”이라며 “그냥 무시하겠다”고 말했고,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이 법정 앞에 설 만한 일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음모론을 제기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섰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 트위터 캡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음모론을 제기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섰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 트위터 캡처]

구지노 측도 즉각 반발했다. 구지노의 오랜 친구인 콜빌은 워싱턴포스트(WP)에 “그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평화 시위자 중 한 명”이라며 “그는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을 원치 않는다. 사회정의를 위해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판단했을 때만 움직인다”고 말했다. 구지노는 이번 사건으로 머리를 심하게 다쳤으며 중환자실에 나와 회복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위터 “이번엔 경고 딱지 안 붙여”

4일(현지시간) 미 뉴욕 버팔로에서 75세 노인 마틴 구지노가 경찰의 손에 밀려 뒤로 넘어졌다. 그의 귀 부위에서 피가 흘렀지만 경찰은 그를 방치했다. [WBFO영상 캡처=AFP]

4일(현지시간) 미 뉴욕 버팔로에서 75세 노인 마틴 구지노가 경찰의 손에 밀려 뒤로 넘어졌다. 그의 귀 부위에서 피가 흘렀지만 경찰은 그를 방치했다. [WBFO영상 캡처=AFP]

한편 BBC에 따르면 트위터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트윗에 대해 “어떠한 정책도 위반하지 않았다”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트위터 측은 지난달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트윗에는 경고 메시지를 붙이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이라 해도 예외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6일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우편투표’ 관련 트윗에 대해 ‘사실확인이 필요하다’는 경고 메시지를 붙였다. 그러나 이번 트윗은 경고 메시지 부착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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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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