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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쿠팡·탁구장·롯데월드도 모른다…'깜깜이 감염' 54명

중앙일보

입력

코로나19 확진자 방문으로 영업을 중단한 잠실 롯데월드 8일 모습.  롯데월드는 9일 영업을 재개할 계획이다.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 방문으로 영업을 중단한 잠실 롯데월드 8일 모습. 롯데월드는 9일 영업을 재개할 계획이다.연합뉴스

이태원 클럽, 쿠팡 물류센터, 소규모 교회, 방문판매업체, 탁구장, 롯데월드….

이태원 클럽 감염 한 달, 경로는 '오리무중' #물류센터, 교회, 탁구장 등도 감염원 '몰라' #"지역사회 전파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도" #일부 전문가 "사회적 거리두기 전환" 주장도

지난달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장소들이다. 서울 이태원 클럽과 경기도 부천 쿠팡 물류센터의 경우 8일 낮 12시 기준 누적 확진자가 각각 274명, 138명에 이르지만 처음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초발환자)의 감염경로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나머지 소규모 교회와 방판업체 '리치웨이', 탁구장 발(發) 감염도 가장 먼저 확진된 환자가 어디서 누구로부터 감염된건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깜깜이' 환자가 늘다보니 최근 2주간(5월 25일~6월8일) 확진자 608명 중 감염경로를 알 수 없어 조사 중인 사례가 8.9%(54명)에 달한다. 현재 깜깜이 환자 비율이 8.9%라는 의미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8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 및 확진 환자 중간조사 결과 등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8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 및 확진 환자 중간조사 결과 등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사실 보건당국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 깜깜이 감염"이라며 "깜깜이 감염이 취약 계층인 고령자나 기저질환자(지병이 있는 환자), 의료기관, 요양병원, 요양원 등으로 전파돼 고위험군의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한 달 전인 5월 8일엔 당시 2주간(4월 24일~5월8일) 확진자 중 감염경로 조사 중 사례는 6.1%(7명)이었다. 강화 및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던 4월 말에는 5%대를 밑돌기도 했다.

정부는 이처럼 깜깜이 환자가 늘고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방역 체계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현재 치료 중인 환자수(격리 중)가 900명 대로 치료 체계 범위 내에 여력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최근 집단감염이 잇따르고 있는 수도권 지역에 한해서만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14일까지 공공시설 운영 중단, 주점·학원·PC방 등 운영 자체 등 방역 조치를 강화했다.

문제는 방역 당국이 강화한 이런 조치가 현장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데 있다.

당국은 지난달 초 방역 체계를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하면서 마스크 착용, 2m 거리두기는 변함없이 지켜야 한다고 여러 번 강조했지만 전반적으로 사회적 분위기가 느슨해졌다.

양천구 탁구장과 방문업체 리치웨이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김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8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 양천탁구클럽에 일시적 폐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서울시는 이날 서울소재 탁구장 350여개에 대해 운영 자제 권고와 함께 감염 예방 수칙 준수 명령을 내렸다. 뉴스1

양천구 탁구장과 방문업체 리치웨이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김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8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 양천탁구클럽에 일시적 폐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서울시는 이날 서울소재 탁구장 350여개에 대해 운영 자제 권고와 함께 감염 예방 수칙 준수 명령을 내렸다. 뉴스1

쿠팡 물류센터 감염 사례에서 보듯 구내식당에서 서로 다닥다닥 붙어 식사를 했고, 고위험시설로 지정되지 않은 교회의 경우 소규모 모임을 계속 이어갔다. 노인들을 모아놓고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방판업체도 영업을 지속했다. 탁구장 등 동네 체육 동호회도 운동을 재개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감염이 발생한 장소도 이태원 클럽을 비롯해 물류센터, 교회, 탁구장, 롯데월드 등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이전에는 대구 신천지 교회, 구로 콜센터 등 전파 가능성이 높은 환경적 요인이 컸다.

특히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감염이 동시다발적으로 잇따르는 점에서 이미 지역사회에 '조용한 전파'가 만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는 "최근 수도권 집단감염은 지역사회에  퍼져있는 코로나19가 밀폐·밀집·밀접 등 이른바 '3밀(密)' 환경에서 불거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초발환자의 감염경로를 파악하지 못하는 건 이들이 지하철이나 대규모 쇼핑몰 이런 데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 걸리면, 당국도 추적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스1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스1

예를 들어 신규 환자가 매일 30명 발생한다고 해도, 그 30명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그 5배 정도의 숨은 환자가 저변에 있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6월 8일 지역별 신규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6월 8일 지역별 신규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김 교수는 그러면서 "생활 속 거리두기를 하더라도 위험도가 높은 시설은 순차적으로 재개했어야 하는데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여름철엔 감염병이 누그러지는 측면이 있는 만큼 지난 3~4월 잘 해왔던 방역 관리로 여름을 잘 버틸 줄 예상했는데, 현재 다소 위험한 상황이라고 진단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도 "지금 다잡지 않으면 가을과 겨울에 (환자수가) 급격하게 늘 수 있다"며 "방역 당국이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집단시설에 대한 위험도 평가나 점검 등을 강화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도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반적으로 깜깜이 감염이 늘고 있어서 지금 강하게 억제해 발병을 떨어뜨리지 않으면 2~3주 후엔 훨씬 많은 환자가 발병할 수 있다"며 "현재 방역 정책(생활 속 거리두기) 수준을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기로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든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로의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5월 이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5월 이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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