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김여정 삐라 비판 담화, 도발 위한 전주곡일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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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 뉴스1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 뉴스1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은 6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 발표 뒤 정부가 ‘대북 삐라는 백해무익’이라며 단호한 대응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해 “우리 정부가 보여줄 모습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 의원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김여정 담화 관련 입장문’에서 “북한이 우리 정부의 4·27 판문점 선언 이행 미흡을 명분으로 이 선언을 깨고 도발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이같이 말했다.

태 의원은 남북이 판문점 선언에서 군사분계선 일대 확성기 사용과 전단 살포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지만, 전단은 민간에서 추진하는 영역이기에 현실적으로 관리하기 어렵다면서 “북한도 이러한 점을 인정했기에 판문점 선언 후, 탈북 단체들의 전단살포가 계속되었지만 강경하게 나오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는 마치 우리에게 제도적으로 미흡한 측면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급하게 수습하는 모양새를 보이지 말아야 한다”며 “사실 판문점 선언이 이행되지 못한 것은 김정은 정권 때문이라고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는데도, 한술 더 떠 ‘법을 만든다’ ‘자국민을 향해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하는 것은 우리 정부가 보여줄 모습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또 “지금 북한은 민주당이 177석을 가진 상황을 이용해 북한에 유리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 하고 있다”며 “우리 국민이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에 많은 표를 준 것이 북한 김정은의 입맛에 맞는 법들을 만들어 주라는 뜻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국민은 남북관계 진전과 평화 유지도 소중하지만 ‘국민 자존심과 눈높이에 맞는 대북정책’을 바라고 있다”면서 “이번 기회에 판문점 선언의 실효적인 이행을 위해 남북이 대화를 열고 전단살포 문제 등 선언 이행을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사항들을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 의원은 아울러 “김여정의 담화가 내부결속과 외부과시를 위한 새로운 전략무기 공개나 도발을 위한 전주곡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만일 김여정이 우리 정부를 압박해 대북전단살포를 중지시키려면 대남매체를 통해 발표해도 충분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북한주민 교양용으로 이용하는 ‘노동신문’에 발표한 것은 대외용이라기보다 대내 결속용 성격이 짙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은 10월 10일 노동당 75주기를 앞두고 체제 결속과 주민 생활 향상에 집중해야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관광업 등 경제분야 ‘정면돌파전략’이 난관에 직면해 있다”며 “만약 김정은이 미국 대선이 끝나기 전까지 북미, 남북 관계에서 어떠한 진전도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면, 새로운 무기를 공개해 대선 이후 대미 대남 협상력을 높이고, 경제 상황 악화로 흔들리고 있는 북한 내부 상황을 극복하려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태 의원은 김 제1부부장이 담화에서 ‘탈북민’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언급했다는 점도 주목했다. 그는 “내 기억에는 ‘탈북민’이라는 단어가 북한 공식 매체에 보도된 적이 없다”며 “‘탈북’이라는 용어 자체가 북한 체제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씨 일가’의 탈북민 언급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전망적으로 대한민국 체제의 다양성과 포용적인 우리 사회구조를 북한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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