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與 단독개원 땐 53년만에 처음···폭정 독재 선전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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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이 4일 난항을 겪는 더불어민주당과의 개원 협상과 관련 “성급한 마음이 들더라도 인내를 갖고 끝까지 협상하면서 저항하는 게 현명하지 않겠냐 판단한다”며 “잘 협의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튿날(5일)로 예정된 여당의 ‘21대 국회 단독 개원’ 시도에 대응하기 위해 열린 의원총회 자리에서다.

그는 여당을 향해서도 “국회는 야당 없이는 별 의미가 없다”며 “과거 민주주의가 억압됐던 시대에도 여야 합의를 통해 모든 게 이뤄졌는데 21대 국회에서 그런 관행을 지키지 않겠다는 게 여당의 주장 같다”고 꼬집었다.

민주당과 통합당은 합의 개원을 위해 당 지도부가 여러 차례 접촉했지만 여태 접점을 찾지 못했다. 전날(3일) 저녁에도 김영진(민주당)ㆍ김성원(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만나 의견 교환을 했지만 1시간 만에 성과 없이 끝났다. 이에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하늘이 두쪽 나더라도 법이 정한 날짜인 내일(5일) 반드시 본회의를 열겠다”며 단독 개원 강행을 선언한 상태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의총장에서 이같은 상황을 설명하며 “지난해 공수처법 통과 과정에서 봤듯 위법이라도 일단 밟고 지나가고 ‘헌재 가서 알아보라’는 태도로 일관한다”고 민주당을 성토했다. 이어 “8일로 예정된 상임위원장도 다 가져가겠다 주장한다. 개원 사례를 점검해보니 1967년 7월 10일, 무려 53년 전에 한 차례 단독 개원이 있었다”라고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민주당은 ‘법대로’를 말하면서 훈시규정(권고안)인 국회법 회기 관련 규정을 강행규정(강제안)이라고 한다. 그럼 지난 20차례 국회에서 과반을 차지한 여당들은 왜 단독 개원을 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그는 오전 열린 당 비대위 회의에서도 “합의 없이 내일 일방적으로 의장단을 선출하고 상임위원장을 뽑으면 민주당이 국민에게 버림받는 첫날이 되리라 확신한다. 가장 나쁜 졸속 폭정 독재의 선전포고와 다름없다”고 날을 세웠다. 다만 “협의에 따른 개원이 되고 나면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 (3차) 추경에 관해 적극적인 자세로 임할 준비가 돼 있다”며 협상 가능성은 열어놨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대한민국 국회 역사에 최악의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민주당 단독 개원 시도를 비판했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회의에서 “개회를 하고도 여당 측에 의해 일방적으로 의장단이나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면 반쪽 의장, 반쪽 상임위원장이라는 불명예를 임기 내내 안고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안 대표는 이어 “힘 없는 자의 양보는 굴욕이지만 힘 있는 자의 양보는 미덕”이라며 “중요 상임위원장을 야당이 해도 여당은 절반을 훨씬 넘는 의석수를 갖고 있어서 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만들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태년(민주당)ㆍ주호영(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저녁에 최종 담판을 가질 예정이다. 법사위원장을 여야 중 어디로 하느냐가 핵심 쟁점이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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