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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검사 받고도 등교했다···‘겉핧기 자가진단’ 부모들 불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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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31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 모습. 목동에 위치한 양정고등학교 학생의 가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목동 학원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해당 학생은 목동에 있는 유명 국·영·수 보습학원 여러 곳에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은 음성판정을 받았다. 뉴스1

31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 모습. 목동에 위치한 양정고등학교 학생의 가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목동 학원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해당 학생은 목동에 있는 유명 국·영·수 보습학원 여러 곳에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은 음성판정을 받았다. 뉴스1

“애들 등교 후 하루하루가 지옥 같네요.”
고2‧중2 남매를 키우는 김모(45‧서울 양천구)씨는 인근 목동 학원에 다니는 고등학생의 가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얘기를 듣고 주말 내내 불안감에 시달렸다. 목동으로 학원에 다니는 자녀와 동선이 겹칠까 우려돼서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남매와 같은 학원에 다니던 학생이 아니고, 고교생은 음성이란 뉴스도 접했지만 마음은 놓이지 않았다.

학원·교습소 7곳서 확진자 나와 #유치원·초·중·고 830곳 등교 조정 #학생 스스로 하는 자가진단 허술 #학부모들 “가정학습 시킬까 고민”

김씨는 “지난달 27일 등교한 첫째에 이어 둘째도 3일부터 등교하는데, 언제 어디서 확진자가 발생할지 모르니 안심이 안 된다”며 “아이가 학교에 가 있는 동안에는 코로나19 뉴스를 검색하느라 다른 일엔 집중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달 3일 고1과 중2, 초등 3~4학년을 대상으로 3차 등교개학이 이뤄지는 가운데, 학원을 중심으로 학생 확진자가 늘면서 학부모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교육부에 따르면 서울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한 후 학원‧교습소 7곳에서 강사‧직원‧학생 등 28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학원 내 확진자 발생 등으로 등교수업 일정을 조정한 유치원과 초‧중‧고도 지난달 29일 기준 830곳으로 집계됐다.

2차 등교 사흘째인 29일 오후 대구의 한 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학부모들이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2차 등교 사흘째인 29일 오후 대구의 한 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학부모들이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일각에서는 감염 우려 등을 이유로 등교수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정부는 등교 개학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학교별 등교인원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학생 밀집도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코로나19 확산세가 두드러진 수도권에서 재학생 대비 등교인원 비율을 고교는 3분의 2, 초‧중학교는 3분의 1로 제한하기로 했다.

학생 확진자가 늘면서 등교를 꺼리는 학부모는 늘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목동에서 학원 4곳에 다니는 양정고 학생의 가족이 확진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목동 학원가가 비상이 걸렸다. 해당 학생은 검사 결과 음성으로 확인됐지만, 학교·부모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연세나로’ 학원에서는 인천 거주자인 학원강사가 확진 판정을 받은 후 중학생 수강생 2명이 감염돼 인근 학교가 등교를 중지했다. 앞서 같은 달 25일에는 강서구의 한 미술학원에서 유치원생이 감염되는 일도 있었다.

함께 제주도로 단체 여행을 다녀온 교회 목사인 A씨 가족 7명 중 초등학생을 포함한 5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31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양지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해당 학생과 접촉한 교직원 및 학생을 대상으로 진단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함께 제주도로 단체 여행을 다녀온 교회 목사인 A씨 가족 7명 중 초등학생을 포함한 5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31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양지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해당 학생과 접촉한 교직원 및 학생을 대상으로 진단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학부모나 일선 교사들이 등교수업을 우려하는 원인 중 하나는 학생 스스로 등교 전 건강을 체크하는 자가진단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서울 강동구의 한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은 가족이 진단검사를 받은 상황이라 등교하지 않았어야 했지만 진단검사에서 ‘문제없다’고 답하고 학교에 갔다.

초등학교 3학년 딸을 키우는 직장맘 김모(38‧서울 송파구)씨는 “맞벌이라 돌봄에 한계가 있어 학교에 보내고 싶은데, 자가진단도 믿을 수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첫날인 3일에만 학교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보내고, 이후엔 교외체험학습을 신청하고 가정학습을 시킬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내 한 PC방에서 경기도청 공무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예방수칙 준수 여부 점검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내 한 PC방에서 경기도청 공무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예방수칙 준수 여부 점검을 하고 있다. 뉴스1

학교에서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도 방과후까지 관리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최근 부산 고교생 확진자는 의심증상이 나타나 검사를 받은 뒤에도 PC방‧편의점을 다닌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고3 아들을 키우는 김모(50‧서울 영등포구)씨는 “학교에서는 방역수칙을 얼마나 잘 지키는지 몰라도 하교 후 학생들이 PC방이나 학원에 우르르 몰려가는 모습을 자주 봤다”며 “학교 밖 방역대책이 세밀하게 마련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 달 14일까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의 학원과 PC방‧노래연습장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을 자제해 달라고 권고한 상태다. 정기적으로 현장점검을 해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고 운영하면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정도가 심하면 집합 금지명령을 내려 사실상 문을 닫도록 할 예정이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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