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자동차 생산 동반 하락…코로나 19 여파에 제조업도 휘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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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제조업을 본격적으로 덮쳤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경제가 사실상 멈춰서며 수출길이 막히자 제조업 생산도 대폭 줄었다.

지난달 산업생산이 전월보다 2.5% 감소하면서 4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야적장과 수출 선적 부두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뉴스1

지난달 산업생산이 전월보다 2.5% 감소하면서 4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야적장과 수출 선적 부두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뉴스1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생산은 전월 대비 6.4% 줄었다. 제조업을 포함한 광공업 생산도 6% 하락했다. 두 부문 모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2월 이후 11년 4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지난달 수출이 24.3% 감소한 영향을 받았다.

전체 산업 생산 4개월째 하락 

지난달 서비스업 생산은 0.5% 증가했다. 하지만 광공업 부진 여파로 전체 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2.5% 감소했다. 전체 산업 생산은 올 1월 이후 4개월째 내리막이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한국 경제 대표 상품인 반도체와 자동차의 생산이 급감했다. 지난달 반도체 생산은 한 달 전보다 15.6% 줄었다. 2018년 12월 16.9% 감소한 이후 가장 많이 줄었다.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생산이 줄어든 영향을 받았다. 자동차 생산은 13.4% 감소했다. 해외 판매수요 위축으로 인해 공장 가동이 줄어든 여파다.

제조업 가동률은 68.6%를 기록했다. 전달보다 5.7%포인트 떨어졌다. 하락 폭은 11년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가동률 자체도 2009년 2월(66.8%) 이후 11년 2개월 만에 최저다.

재고 대비 출하 비율을 뜻하는 재고율은 119.1%를 기록했다. 올해 2월 119.2%에 이어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119%대의 재고율은 외환위기 때였던 1998년 9월(122.9%) 이후 최대다.

소비 회복세 보였지만…경기종합지수 3개월째 내리막 

코로나 19 여파에 극도로 위축됐던 소비가 회생 조짐을 보인 건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이다. 지난달 소매 판매는 한 달 전보다 5.3% 증가했다. 지난해 12월(0.6%) 이후 4개월 만에 반등했다. 상승 폭은 95년 12월 이후 24년 4개월 만에 가장 크다. 의복 같은 준내구재(20%)와 승용차 등 내구재(4.1%), 화장품 등 비내구재(1.6%) 판매가 모두 늘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2~3월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 판매가 위축됐는데 4월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완화되고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와 의복·신발 등의 소비 반등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투자 지표는 엇갈렸다. 지난달 설비투자는 전달보다 5% 늘었다. 자동차 등 운송장비(13.6%) 및 컴퓨터사무용기계 등 기계류(1.8%) 투자가 모두 늘었다. 반면 이미 이뤄진 공사실적을 뜻하는 건설기성은 전월보다 2.4% 감소했다.

경기 동향 지표인 경기종합지수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현재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달 97.3으로 전달보다 1.3포인트 낮아졌다. 98년 3월(-2포인트) 이후 22년 1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앞으로 경기 전망에 대한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99.1)도 0.5포인트 내렸다. 두 수치 모두 3개월 연속 하락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이 29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2차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겸 정책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뉴스1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이 29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2차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겸 정책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경기 여건이 당분간 나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범 기재부 제1차관은 이날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겸 정책점검회의에서 “글로벌 수요 위축 등에 따른 수출 부진 여파로 서비스업에서 시작된 위기가 제조업에도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경기동행·선행지수는 3개월 연속 동반 하락해 현재와 앞으로 경기 흐름이 녹록지 않음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충격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한 제조업의 회복을 위한 민간 분야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코로나 19에 대응해 나랏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규제 완화와 같은 민간 활력 제고 정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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