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우 "與, 진실 회피 위해 친일 반일 프레임 악용…비겁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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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중앙포토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중앙포토

최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사익 추구 단체”라고 발언한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자신을 비판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비겁하다”며 날을 세웠다.

천 전 수석은 26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미향 사태와 위안부 운동의 본질을 호도하기 위해 나 같이 힘없는 백수에게 화살을 돌려야 할 만큼 민주당의 사정이 절박한가"라는 글을 올렸다.

천 전 수석은 "국내언론과 인터뷰한 내용은 문제 삼지 않다가 같은 내용을 일본 언론에 확인해 줬다고 문제 삼는 심리는 어디서 나올까?"라며 "국내에서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는 말이라면 다른 나라 언론에도 떳떳하게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실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고 국경을 가릴 일도 아니다"라며 "진실과 사안의 본질 규명을 회피하기 위해 친일 반일 프레임을 악용하는 것은 비겁하다"고 비판했다.

이는 전날 오전에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천 전 수석을 비판한 것에 대한 반응으로 풀이된다. 천 전 수석은 지난 24일 일본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의연은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단체”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천 전 수석을 즉각 비판했다.

이형석 최고위원은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30년 가까이 일본의 반인도적 범죄사실을 국제사회에 알린 정대협을 사기 집단으로 모는 것이 타당하고 옳은 일인지 묻는다”면서 “위안부와 관련해 국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전직 외교 수석이 역사 왜곡을 일삼은 일본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정의연을 비판한 저의가 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설훈 최고위원도 이날 천 전 수석의 일본 인터뷰를 언급하며 "사이토안이 좌초된 것은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반대 때문이 아니라 일본 민주당 내각이 정치적 위기를 맞아 무산된 것"이라고 했다. 또 천 전 수석의 발언에 대해 "반역사적 작태로서 개탄스럽다"고도 했다.

‘사이토안’은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공식으로 사과하는 대신 일본 대사가 위안부 피해자를 개별적으로 한 명씩 만나 일본 총리의 사죄 친서와 일본의 보상금을 직접 전달한다는 내용의 안이다.

설 최고위원의 발언을 두고 천 전 수석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나는 유튜브에서 '사이토안'을 수용하지 않은 이유가 윤미향과는 관계가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며 "(내가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윤미향의 반대 때문에 '사이토안'을 거부한 듯이 (민주당에서) 거짓말을 굳이 할 필요가 있나"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천 전 수석은 지난 1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천영우TV'에서 “당시 타결 직전까지 간 한일 간 합의가 깨진 이유는 정대협과 외교부 때문은 아니다”라며 “일본 측이 ‘국가책임을 부정하는 언급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할 수 없다’고 해서 깨진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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