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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금 뒤 시간 늦어 배고프다 했더니, 정대협 돈 없다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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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 할머니 육성 증언록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부축을 받으며 단상에 오르고 있다. 이날 회견에는 100여 명이 넘는 취재진이 몰렸다. [뉴스1]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부축을 받으며 단상에 오르고 있다. 이날 회견에는 100여 명이 넘는 취재진이 몰렸다. [뉴스1]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25일 대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을 향해 “꼭 (내가) 한 말로 해 달라(써 달라). 없는 말 추측해서 하는 것은 아니다”고 수차례 당부했다. 자신의 발언이 왜곡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데 대한 우려였다. 이에 이 할머니의 육성 발언을 발췌해 최대한 그대로 전한다.

윤미향의 배신 #사리사욕 채우려 비례대표 나가 #30년 같이했는데 맘대로 팽개쳐 #정대협 모금 동원 #내가 재주 넘고 그들이 돈 받아 #왜 모금하나 몰라…부끄러웠다 #쉼터 논란 #안성에 화려하게 지어놓았는데 #위대한 윤미향 아버님 사셨더라 #정신대·위안부 개념 혼선 #공장 동원된 사람과 위안부 섞어놔 #일본인들 사죄 안해도 된다고 여겨 #한·일 관계 #한국, 왜 일본에 사죄하라 하는지 #학생들 서로 왕래하며 알아가야

“92년에 6월 25일에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신고할 적에 윤미향 간사에게 했다. 29일에 모임이 있다고 해서 갔다. 일본 어느 선생님이 정년퇴직을 하고 돈을 줬다. 그때부터 모금하는 걸 봤다. 왜 모금하는지도 몰랐다. 농구 선수들이 농구하는 데서도 기다려 돈을 받아 왔다. 왜 그런 줄 몰랐다. 당연한가 보다 했는데 좀 부끄러웠다. 시간이 늦어서 배가 고픈데, 맛있는 것 사달라고 하니까 ‘돈이 없습니다’(라고 했다). 돈을 거둬놓고도 그런가 보다 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과) 30년을 같이했는데, 한마디 말도 없이 마음대로 팽개쳤다. 저만(저에게만 그런 게) 아니다. 우리 국민, 세계 여러분들이 그 데모(수요집회)에 나오신다. 그분들도 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그랬다(내팽개쳤다). 이래놓고 또 자기가 사리사욕을 차려서, 마음대로 또 국회의원 비례대표도 나갔다.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이고, 제게 무슨 용서를 구합니까. 이름도 성도 없는 용서. 저한테 책임을 물을 필요도 없다. 뭣 때문에 용서를 바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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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고, 이용하고, 재주는 곰이 하고(넘고) 돈은 중국 사람이 받아먹었다. 30년 동안 재주를 했다. 이런 것도 모르고 무슨 용서를 바라나.

3월 30일에 제가 (윤미향씨에게) 전화를 했다. ‘미향씨, 이럼(국회의원을 한다고 하면) 안 되지 않나. 한번 오너라. 그렇지 않으면 기자회견을 하려고 한다’고 했는데, (윤미향씨가) 아주 큰소리로 당당하게, 기자회견 하라고 해서 제가 5월 7일에 기자회견을 한 것이다. 저 안성(쉼터)이라고 하는 데도 보니까 쉼터도 지어놓고 화려하게 지어놨더라. 윤미향, 그 위대하신 윤미향 대표 아버님이 사셨다 하더라. 엄청난 것들이 나왔는데, 그걸 검찰에서 다 밝힐 것이다. 그 죄를 모르고 아직까지도 큰소리하고 있는 이 사람들, 죄는 지은 대로 가고 공은 닦은 대로 간다. 꼭 이 죄를 물어서 죄를(징역을) 살려야 한다. 살려놓고 제가 마음이 풀리는 것은 아니다. 고쳐야 한다. 이후에 두 번 다시 이런 일 없도록 하기 위해서 그 사람들이 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대협이 정신대 문제만 하지 무슨 권리로 위안부 피해자를 이용했느냐. 공장 갔다 온 할머니들(정신대)이 밀가루로 반죽해 빚은 만두라면 속은 맛있고 귀한 걸 넣어야 하는데 그 속이 위안부다. 정대협은 자기들이 무슨 권리로 위안부 피해자를 ‘만두의 고명’으로 사용했느냐. 일본 사람들이 뭔 줄 알아야 사죄하고 배상하지, 뒤집어 섞어가지고, 이것은 사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아니냐.(※정신대는 ‘여자근로정신대’의 준말로 일제가 군수공장 등에 필요한 노동력으로 활용했다. 위안부는 위안소에 강제 동원돼 일본군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이다. 과거 정신대 동원 여성이 위안부로 끌려간 피해 사례가 있어 혼용돼 잘못 사용되기도 했다.)

30년을 참은 건, 제가 무엇이든 바른말을 하니까 저를 전부 감췄다. 한 번도 이야기한 적 없다. (2015년 12·28 위안부 합의로 일본이 낸) 10억 엔 왔을 적에도 제가 알았으면 돌려보냈을 것이다. 그런데 정대협은 정대협에 있는 할머니만 피해자고, 나눔의 집은 나눔의 집에 있는 할머니만 피해자다. 이것부터 틀렸다. 전국의 할머니들을 도우라고 했는데, 전혀 그게 아니고 거기에 있는 할머니만 도왔다. 1년 전부터 곰곰이 생각하고 생각했는데도 그럴 수가(문제를 제기할 수가) 없었는데, 자기(윤 당선인)가 먼저 30년을 하고도 아주 거리낌없이 하루아침에 배신했다. 배신당한 제가 너무너무 분했다. 그래서 이 일이 났지, 다른 것은 아무것도 몰랐다.

이렇게 끝까지 당하고 있는 제가 너무 부끄럽다. 하늘나라에 가서 할머니들한테 ‘내가 이렇게 해결하고 왔다’ ‘언니 동생들, 내가 이렇게 해결하고 왔으니 나를 용서해 달라’고 빌련다. 이를 생각하니 너무 미안한데 저는 하나도 부끄러움이 없다.

저는 방식을 바꾼다는 것이지 끝낸다는 것이 아니다. 김학순 할머니(※1991년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로 공개 증언한 피해 할머니. 97년 작고)가 시작했고, 또다시 새롭게 학생들에게 교육적인 것을 하기 위해 이를 바꾸려 한다.

위안부 문제 사죄와 배상은 천년이 가든, 만년이 가든 반드시 일본이 해야 한다. 이를 가르쳐주기 위해선 양국 간에 친하게 지내면서 역사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사람들(학생들)이 꼭 역사의 주인이니까 올바른 역사교육을 시켜야 한다. 억울하고 누명 쓴 우리 위안부 할머니, 해결해 줄 사람은 우리 학생들이라고 생각한다.

일본과 한국은 이웃나라다. 사죄와 배상은 무엇 때문에 하는지 학생들이 알아야 할 것 아니냐. 일본 아베(총리)는 한국이 거짓말한다고 한다. 우리 학생도, 일본 학생도 잘 모른다. 그래서 저는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일본과 한국을 학생들이 서로 왕래하면서, 이 학생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왜 일본한테 사죄하고 배상하라 하는지,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가르쳐야 한다. 배워야 안다.”

대구=김정석·김윤호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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