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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통] 코로나에 취업 감소, 47만명 vs 102만명···왜 다를까

중앙일보

입력

13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시민이 실업급여 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13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시민이 실업급여 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4월 취업자 47만여명 감소…21년 만에 최대”

통계청은 지난 13일 ‘4월 고용동향’을 통해 지난달 취업자 수가 1년 전 같은 달보다 47만6000명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다. 올해 2월까지 10년여 동안 증가 흐름을 이어오던 취업자 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급감했다. 그런데 줄어든 취업자 수가 47만6000명이 아니라 두배 수준인 102만명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어떻게 이렇게 큰 차이가 날 수 있을까?

최근 10년간 취업자 수 증감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최근 10년간 취업자 수 증감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47만명 줄었다더니 102만명?

노동문제 전문 연구기관인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 위기로 감소한 취업자는 47만여명이 아니라 102만명”이라고 주장했다. 코로나 19 영향이 고용 지표에 반영되기 직전인 2월 수치를 기준으로 4월 취업자 수를 비교한 결과다. 김유선 연구소 이사장은 보고서에서 “요즘처럼 코로나19 위기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관심사일 때는 ‘전월 대비’나 ‘올해 2월 대비’ 자료를 사용하는 게 더 적합하다”고 밝혔다.

18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실업급여설명회에 참석해 설명을 듣고 있다. 뉴스1

18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실업급여설명회에 참석해 설명을 듣고 있다. 뉴스1

이렇게 해석해도 되나?

숫자는 죄가 없다. 현실을 더 잘 파악하기 위해 어디에 중점을 두고 보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다만 일반적으로 한국의 취업자 수 증감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는 이유는 있다. 한국 고용 시장이 유난히 계절을 타기 때문이다. 졸업·공채가 겨울(12월~2월)에 몰려있는 게 대표적이다. 학생일 때는 구직 활동자가 아니었던 사람이 채용 시험에 응시하면 고용 통계에선 구직 활동자로 인식한다. 그러나 늘어난 수험생만큼 취업자가 늘어나진 않기 때문에 겨울 실업률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농림어업 취업자 수는 농번기·농한기에 따라 큰 폭으로 움직인다.

계절 변수 조정은 안 되나?

전년 동월과 비교하는 방식의 가장 큰 약점은 최근 경기 변동이 확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계절에 따라 들쭉날쭉한 수치를 보완한 계절조정 지표를 쓰기도 한다. 매해 달라지는 연휴 일수를 고려해 평균을 내는 식으로 시기에 따른 변동 요인을 제거하는 통계 조정 방식이다.
그러나 계절 조정을 하더라도 불규칙한 요인까지 다 제거하지는 못한다. 경주 지진 같은 천재지변이 대표적이다. 코로나 19 같은 예상하지 못한 신종 전염병도 마찬가지다.

13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시민이 일자리정보게시판을 지나고 있다. 뉴스1

13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시민이 일자리정보게시판을 지나고 있다. 뉴스1

102만명은 너무 많은 숫자? 

틀린 숫자이거나 무의미한 비교는 아니다. 통계의 장·단점을 몰라서가 아니라, 코로나 19 전·후 사정을 보려면 직전 두세달 수치를 보는 편이 더 낫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47만명이냐, 102만명이냐' 보다는 흐름과 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월 비교 방식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두 달 동안 줄어든 취업자(-102만명)가 외환위기 첫 두 달(-92만명)보다 크다. 전년 동월 비교를 해도 47만6000명은 21년 2개월만의 최대치다. 코로나 19에 따른 고용 악화가 '재난' 상황이라고 할 만큼 심각하다는 점은 어느 분석에서든 변함이 없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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