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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통]코로나 그림자 번지기도 전인데···법인세 벌써 7조 펑크

중앙일보

입력

세금이 잘 안 걷힌다. 특히 올 1분기에 기업들이 내는 세금이 지난해보다 7조원 가까이 줄었다. 나라의 벌이가 신통치 않다는 뜻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가뜩이나 쓸 곳은 많은데, 수입은 줄어드니 이미 적자 살림인 나라 곳간 사정이 빠르게 나빠질 수밖에 없다.

법인세가 덜 걷히며 나라 곳간 사정이 나빠지고 있다.중앙포토

법인세가 덜 걷히며 나라 곳간 사정이 나빠지고 있다.중앙포토

무슨 일

올 1~3월 국세 수입은 69조5000억원이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8조5000억원이 줄었다. 이만큼 세금이 덜 걷혔다는 의미다. 세수 감소의 주요인은 법인세다. 1~3월 법인세는 15조4000억원 걷혔다. 전년 동기보다 6조8000억원이 줄었다. 특히 3월에만 법인세수가 1년 전보다 6조원 줄었다. 3월 전체 세수 감소액(6조1000억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왜 덜 걷힐까

기업이 돈을 못 벌어서다. 법인세는 기업의 이익에 매긴다. 기업 벌이가 줄면 법인세도 덜 걷힌다. 올해 법인세는 지난해 기업 실적과 연동된다. 코스피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이 2018년 162조원에서 지난해 102조원으로 급감했다. 반도체를 비롯한 한국 대표 산업의 업황이 나빠지며 이익도 크게 줄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기업들에 대해 정부가 법인세 납부를 미뤄준 것도 세수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앞으로도 덜 걷힐까

지난해 주요 기업의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에 올해 내내 법인세는 잘 걷힐 수 없다. 정부는 올해 법인세가 64조3000억원 걷힐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대로 걷어도 지난해(72조2000억원)보다 7조9000억원 줄어든다. 전년 대비 법인세가 덜 걷힌 건 2014년이 마지막이다.
내년에도 잘 걷히기 어렵다. 자동차‧석유‧항공 등 주요 업종에 직격탄을 날린 코로나19의 영향은 내년 법인세에 반영된다. 하반기에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면 법인세 ‘펑크’ 현상이 길게 이어질 수 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게 중요한 이유

법인세는 전체 세수의 25%를 담당한다. 지난해 소득세 다음으로 많이 걷힌 게 법인세다. 코로나 19 여파로 돈 쓸 곳이 많은데 국가 수입의 한 축이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세율을 올려 더 걷을 수도 있지만 쉽지 않다. 당장 세수를 늘릴 수는 있지만 민간에서 돌아야 할 돈이 줄어든다는 의미도 된다. 이미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25%)은 미국(21%), 일본(23.2%) 등 주요국 대비 높은 편이다. 그래서 재계는 오히려 법인세율 인하를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의 부담이 줄면 투자와 고용을 늘어나고, 장기적으로는 세수에도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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