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통] 기준 바꾸자 줄어든 빚 100조원···나라살림 '꼼수 계산' 논란

중앙일보

입력 2020.04.11 06:00

업데이트 2020.04.11 19:39

정부는 최근 지난해 나라 살림 결산 수치를 공개했다. 매년 4월 초에 발표한다. 그런데 난데없는 ‘꼼수’, ‘눈속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나랏빚이 덜 늘어난 것처럼 회계 기준을 변경했다는 것이다. 새 기준을 적용하면서 국가 부채 규모는 100조원 가까이 줄었다. 정부는 “최근 수치를 반영한 것”이라며 꼼수가 아니라고 강변했다.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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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

나랏빚을 계산하는 데는 여러 기준이 있다. 이 중 국가부채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진 빚에 연금충당부채 등을 합산한 개념이다. 연금충당부채는 앞으로 공무원과 군인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 부담액이다. 지난해 연금충당부채는 944조2000억원이다. 1년 전 보다 4조3000억원 늘었다. 해마다 90조원 넘게 늘었었는데, 지난해는 증가 폭이 확 줄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줄어든 이유

연금충당부채 계산에 활용하는 물가‧임금 상승률 기준을 바꿨다. 2018년 회계연도까지는 2015년 장기재정전망의 수치를 활용했다. 그런데 지난해 회계연도 기준 연금충당부채 계산 때는 2020년 장기재정전망치를 가져다 썼다. 그러면서 물가상승률 적용 수치는 2.1%에서 2%, 임금 상승률은 5.3%에서 3.9%로 변경됐다. 기존 수치대로 했다면 연금충당부채는 1040조4000억원이 된다. 새 기준 적용으로 연금충당부채가 100조원 가까이 사라졌다. 1740조 규모로 발표된 국가부채는 1840조원이 됐을 것이다.

기준 변경이 왜 문제

장기재정전망은 5년마다 한다. 2020년 장기재정전망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올해 9월 초에 공개된다. 비공개된 전망 중 물가‧임금상승률 추정치만 가져다 쓴 것이다. 게다가 2020년 전망을 2019년 회계연도 기준 수치 산출에 미리 당겨쓰는 게 맞냐는 문제 제기도 있다.
정부는 “2015년 전망은 저성장‧저물가 기조인 최근 상황과 맞지 않아 보다 현실적인 수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현실에 가까운 수치를 적용하는 게 크게 문제될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전례없는 기준 변경을 택한 데는 다른 의도가 있다는 시각이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논란이 일 것을 예상했으면서도 굳이 기준을 바꾼 건 재정건전성 악화 비판을 의식해 부채 수치를 줄이고 싶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3월14일[경제통]이해찬 화내도 홍남기 '추경 확대' 주저···원죄는 나라빚 815조 참조)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이게 중요한 이유

연금충당부채가 나랏빚으로 잡히지만 당장 큰 부담이 되는 건 아니다. 대부분은 공무원이 내는 기여금, 국가가 내는 부담금으로 충당한다. 하지만 일부는 세금으로 지원한다. 게다가 공무원 증원, 저출산‧고령화로 연금 지급액 증가 속도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으로는 내 세금 부담이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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