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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통]코로나가 일깨워준 "결혼은 현실" 위약금 상담 8.3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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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이미지. [사진 pixabay]

결혼식 이미지. [사진 pixabay]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결혼식을 늦추는 부부가 급증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1월2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접수한 예식서비스 위약금 상담 건수는 1829건으로 한 해 전보다 8.3배 증가했다. 방역을 위해 결혼도 잠깐 멈췄다.
그런데 잠깐이 아닐 수도 있다. 코로나19가 구조적인 결혼 감소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경기 침체가 현실화하면 결혼 적령기인 30대의 일자리 기반을 흔들 수 있어서다. 통계가 증명한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등 굵직한 경제 위기 이후에는 혼인 감소가 뒤따랐다.

경제 성장과 결혼, 어떤 관계?  

21일 통계청 '연도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94년부터 상승 추세를 보이던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은 97년 외환위기부터 추락하기 시작했다. 추락은 6년간 이어졌다. 96년 9.4명에서 2002년에는 6.3명까지 떨어졌다. 이후 혼인율은 경제성장률 회복과 함께 2007년까지 꾸준한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다 금융위기를 맞은 2008년부터 2년간 다시 혼인율이 급감했다. 다행히  금융위기를 다른 선진국에 비해 빨리 극복하면서 2010년부터 혼인율도 반등했다. 2012년부터는 성장률 2~3%대 장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혼인율이 계속해서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3년째를 맞은 지난해 성장률(2.0%)은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조혼인율(4.7명)도 관련 통계를 작성한 70년 이후 가장 낮았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코로나가 결혼까지 막아?  

경기가 침체하면 왜 결혼할 마음을 갖는 청년이 줄어들까. 다수 학자의 견해를 종합하면, 경기 침체로 소득과 직장이 불안정해지면서 배우자감으로 '합격률'이 높은 사람이 줄기 때문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이 2016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30대 남성의 경우 소득이 높고 안정된 직장을 가진 사람일수록 결혼한 사람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득 수준을 10분위로 나눠 분석하면 소득 수준과 결혼 확률은 정확히 계단식으로 높아지는 형태를 보였다. 마음이 아니라 숫자를 보는 통계는 언제나 이렇게 매정하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져 성장률이 떨어지면 결혼 기피 현상도 심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이게 중요한 이유  

경기 침체가 혼인 감소로 이어져 출산율을 낮추고, 줄어든 인구로 인해 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동수당 등 현금 지원은 혼인·출산 장려 효과가 낮고 재정만 낭비할 공산이 크다"며 "청년층에 주택담보대출 우선 순위를 줘 주거를 해결해 주고, 제조업 등 주력 산업에서 안정적 일자리가 늘도록 산업 정책을 바꿔야 혼인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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