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뉴딜 외치는 文, MB 정책 옹호···"녹색산업이 위기극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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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무역협회에서 열린 위기극복을 위한 산업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무역협회에서 열린 위기극복을 위한 산업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김대중 정부뿐 아니라 이명박(MB) 정부 때 신산업 육성 사례를 언급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위기 극복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21일 한국무역협회에서 열린 ‘위기극복을 위한 주요 산업계 간담회’에서 “우리는 위기를 극복하며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왔다. 외환위기에는 IT(정보기술)산업을 일으켰고, 글로벌 경제위기 때는 녹색산업을 육성했다”고 말했다. 외환위기는 김대중 정부 때고, 글로벌 경제위기는 이명박 정부 때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기업과 정부, 국민이 모두 합심하면 코로나로 유발된 산업 위기를 극복하고, 디지털 경제 시대의 강자로 거듭날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2012년 10월 23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GGGI(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 창립회의 개회식이 열렸다. 이명박 대통령이 축사를 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

2012년 10월 23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GGGI(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 창립회의 개회식이 열렸다. 이명박 대통령이 축사를 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4개 부처 장관에게 그린 뉴딜 관련 사업 합동 보고를 지시하면서 그린 뉴딜 논의를 본격화했다. 일각에선 “그린 뉴딜이 결국 MB정부 때 시작한 녹색성장과 비슷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정부 수립 60주년 기념식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비전을 제시했다. 청와대에 녹색성장환경비서관 자리가 생기고, 인천에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를 유치한 것도 MB정부 때다.

문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위기 극복 사례 중 하나로 MB정부의 녹색산업 육성을 언급한 것은 현재 추진 중인 그린뉴딜이 녹색성장을 부정하는 개념이 아님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전날 “그린뉴딜은 녹색성장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며 “녹색성장을 갈아엎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앞서 2018년 문 대통령이 덴마크에서 열린 제1차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회의에 참석했을 때에도 청와대는 “녹색성장 정책을 우리 정부에서도 지속 가능 발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서 진전시켜 나가려 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또 “좋은 정책은 어느 대통령이 만들었든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자동차, 반도체, 정유화학 등 한국 주력 수출업종의 실적이 악화됐다. 지난 3월 18일 오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자동차, 반도체, 정유화학 등 한국 주력 수출업종의 실적이 악화됐다. 지난 3월 18일 오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산업의 위기가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은 “자동차, 조선업의 부진은 기계, 석유화학, 철강, 정유 등 후방산업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수출시장도 정상적이지 않다. 대기업의 생산 차질과 수주 감소로 중소 협력업체의 일감이 줄었고 2차, 3차 협력업체로 갈수록 피해가 더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와 경제계 간의 협력은 물론 업종 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노사 간 협력이 절실하다”며 “산업생태계 전체를 지킨다는 비상한 각오로 일자리를 지키고 산업과 경제를 반드시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인들에게 고용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변화를 기회로 삼고 도전하는 젊은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때 기업과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에 필요한 인재들을 더 많이 키워서 디지털 경제의 핵심 역량이 강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서울 삼성동 한국무역협회에서 열린 위기극복을 위한 산업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서울 삼성동 한국무역협회에서 열린 위기극복을 위한 산업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간담회에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을 비롯해 항공·해운·기계·자동차·조선·정유·석유화학·철강·섬유 등 9개 업종 17개 기업 대표가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발언에서 “정부와 기업은 지금 한배를 타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고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간담회 뒤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와 기업이 한배’라는 표현을 두 번 반복했다고 한다. 또 기업 경영인들에게 “지금의 위기는 고통 분담을 통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를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과감한 금융 지원책을 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은성수 금융위원장에게 특별한 고마움을 표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그러면서 “(유동성 위기 지원은) 신속하게 결정되고 집행되어야만 지원 효과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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