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만 한국서 회의 주재 신동빈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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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타워에서 펼쳐지는 고보라이트 조명 쇼. 사진 롯데그룹

롯데월드타워에서 펼쳐지는 고보라이트 조명 쇼. 사진 롯데그룹

칩거 마친 신동빈의 ‘포스트 코로나19 구상’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9일 임원회의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신 회장이 대면 회의에 참석한 건 지난 3월 7일 일본으로 간 지 70여 일 만이다.

롯데그룹은 20일 “신동빈 회장이 19일 임원회의에 참석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주요 계열사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고 밝혔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3월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 취임을 앞두고 일본 출장을 떠났다. 3월 18일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 회장으로 뽑혔고, 4월 1일 취임했다. 하지만 국내·외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항공편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등 입국에 변수가 발생했다. 공교롭게 신 회장이 방일한 시점을 전후로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6개 항공사가 한일 노선을 전면 중단한 것이다. 또 한국인 등 외국인을 일본 정부가 입국 금지 조치함에 따라 한국에 왔다가 다시 일본으로 돌아갈 길도 막혔다. ▶한·일 하늘길 끊겼다

롯데 심볼. 사진 롯데그룹

롯데 심볼. 사진 롯데그룹

신 회장은 이에 따라 일본에 예정보다 길게 머무르며 업무를 소화했다. 2일 귀국했지만, 해외 입국자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14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는 정부 지침에 따라 그동안 서울 가회동 자택에서 화상회의 등을 통해 경영 현안을 챙겼다. 격리가 해제한 지난 18일 서울 잠실동 롯데월드타워 사무실로 출근을 재개한 신 회장은 19일 롯데지주 대표와 비즈니스유닛(BU·사업단위) 장들이 참석하는 대면 회의를 주재했다.

“재택근무 매우 편리하더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 롯데그룹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 롯데그룹

이 자리에서 신동빈 회장이 가장 강조한 건 코로나19 종식 이후 유통 시장의 변화다. 그는 “코로나19는 역사적 전환점”이라며 “코로나19 종식 이후 완전히 새로운 시장의 법칙과 게임의 규칙이 자리 잡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이번 위기만 넘기자는 식의 안이한 생각을 버리고, 향후 트렌드 변화와 사업 성장성을 면밀히 분석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집중투자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두 달 간 한·일 양국에서 경험한 재택근무·화상회의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신 회장은 “비대면 회의·보고가 생각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이더라”며 “근무 환경 변화에 따라 업종별·업무별로 어떻게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효율적인지 고민하라”고 말했다.

재택근무의 효과에 대해서 신 회장이 직접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 롯데그룹 계열사에서도 재택근무가 확산할 전망이다. 신 회장은 “향후 정기적으로 재택근무·화상회의를 시행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언급했다. 특히 물리적으로 거리가 멀어서 그간 상대적으로 자주 방문하지 못했던 사업장이 주로 화상회의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게 롯데그룹의 설명이다.

롯데의 위닝 스피릿(Winning Spirit)도 이 자리에서 신 회장이 강조한 내용이다. 롯데기업문화위원회가 정의한 위닝 스피릿은 롯데그룹 임직원이 모두 기업 가치관에 공감하고, 각자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최고의 결과를 끌어내는 의지를 뜻하는 용어다.

한편 신 회장은 “롯데그룹 임직원이 정부·그룹 지침을 적극적으로 따른 덕분에 심각한 사내 확산 사례가 없었다”며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면서 코로나19 종식 이후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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