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개 물림 사고 한 해 2000건, 훈련사 파견하고 1대1 행동교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반려견 소유자의 안전관리 의무에 대한 홍보 현수막. [사진 전남 곡성군]

반려견 소유자의 안전관리 의무에 대한 홍보 현수막. [사진 전남 곡성군]

강원도 춘천시에 사는 임신 5개월 차 주부 A씨(31·여)는 길에서 개와 산책 중인 사람을 마주치면 길을 멀리 돌아가곤 한다.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사고를 걱정해서다. A씨는 “요즘 보면 목줄은 많이들 하는데 입마개한 개는 거의 못 본 것 같다”며 “알아서 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민교와 반려견들. [사진 김민교 인스타그램]

김민교와 반려견들. [사진 김민교 인스타그램]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반려견일지라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공포의 대상일 수 있다. 지난 4일 경기도 광주시에서 배우 김민교(47)씨가 키우는 대형견 두 마리가 집을 뛰쳐나가 근처 텃밭에서 나물을 캐고 있던 80대 이웃집 할머니를 물어 중상을 입혔다. 김씨는 사고로 논란이 일자 지난 10일 뒤늦게 공식입장을 내고 “있어서는 안 될 사고가 발생했다. 죄송하다”며 “할머니는 현재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고 개 주인으로서 제 책임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에는 경기도 안성시에서 산책하고 있던 60대 여성이 도사견에 물려 숨졌다. 2017년 9월에는 유명 한식당 대표가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34)씨 가족의 반려견인 프렌치 불도그에 물린 뒤 패혈증으로 목숨을 잃었다.

개 물림 사고로 병원이송된 환자는. 그래픽=신재민 기자

개 물림 사고로 병원이송된 환자는. 그래픽=신재민 기자

개 물림 사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4일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개 물림 사고로 병원 치료를 받은 환자는 6337명으로 매년 평균 2000명 이상이 사고를 겪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완화되고, 날이 풀리면서 개 물림 사고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는 개 물림 사고를 예방하고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만족률 97%…지자체의 개 물림 사고 예방책 

서울 성동구에서 진행하는 반려견 교육. [사진 성동구청]

서울 성동구에서 진행하는 반려견 교육. [사진 성동구청]

서울 성동구는 전문가가 일대일로 반려견의 문제 행동을 분석하고 맞춤형 해결책을 내놓는 ‘반려견 행동교정 프로그램’ 참가자를 다음 달 4일까지 모집한다. 반려견의 문제 행동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주민 가운데 동물등록을 마친 50가구를 지원 대상으로 한다. 서울 광진구는 2017년부터 ‘찾아가는 우리 동네 동물 훈련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반려동물 훈련사가 직접 신청한 주민 집으로 찾아가 맹견 등 반려동물을 가르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교육이 중단된 올해를 제외하고 최근 3년간 모두 120가구가 교육받았다. 광진구 관계자는 “교육을 받은 주민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97% 이상 만족한다는 답이 나왔다”고 전했다.

울산시와 전남 곡성군은 이달 한 달간 개 물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맹견 소유자 준수 의무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홍보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충남도도 지난달 27일부터 반려견 안전관리 홍보에 들어갔다.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난항을 겪고 있는 곳도 있다. 경기도는 올해 사업비 20억원(도비 10억원, 시비 10억원)을 들여 반려동물보험 가입사업을 시범 추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업 추진 의사를 밝힌 과천·남양주·동두천·성남·수원 5개 시 가운데 과천시와 남양주시 2곳만 시비를 확보해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도 관계자는 “예산이 확보된 시들만이라도 먼저 사업을 추진하는 쪽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개 물림 사고는 개의 크기와 상관없이 일어날 수 있다며 견주 대상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려동물 행동교정 전문가인 이웅종 연암대 교수는 “개 물림 사고는 소형견·중대형견을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 개가 짖거나 공격적인 특성을 가졌다면 외출할 때 목줄과 입마개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개는 산책만 잘해도 공격성이 60~70% 이상 줄어드는데 아직 주인과 개가 함께하는 산책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한 지자체가 없다”고 아쉬움을 나타내면서 “이런 교육을 통해 서로가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채혜선 기자, 울산=이은지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