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스 감염자' 찾는다…軍, 입대자 전수검사 의무화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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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충남 논산 육군 훈련소 입영심사대 앞에서 입영장병들이 입소하고 있다. 뉴스1

11일 오후 충남 논산 육군 훈련소 입영심사대 앞에서 입영장병들이 입소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청년층 사이에 어느 정도 퍼졌는지 확인하려 군(軍) 입대자의 진단검사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무증상 일명 ‘스텔스 감염자’를 파악하는 동시에 바이러스의 군 조직 내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 발(發) 집단감염 사태가 계기가 됐다.

한해 평균 현역 입대자 23만명 #이태원 클럽 관련 익명검사도 확대 #2만2000명 검사 받아 119명 확진

13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질본은 전체 군 입대자의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조사하는 의무화 조치를 현재 국방부와 협의 중이다. 협의가 완료되면, 훈련소 입소 때 검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병무청의 병무통계연보를 보면, 한해 현역 입대자는 평균 23만6900명에 이른다.

인천 지역에서 '서울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8명 무더기로 발생한 가운데 인천 미추홀구청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세움학원 수강생(138명)과 팔복교회 신도(600명)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인천 지역에서 '서울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8명 무더기로 발생한 가운데 인천 미추홀구청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세움학원 수강생(138명)과 팔복교회 신도(600명)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정부는 전체 코로나19 확진자 중 30%가량이 무증상자로 분류된 데다 이태원 클럽 관련 첫 환자(29)의 확진일인 지난 6일 이전에 이미 여러 곳의 지역사회에서 ‘조용한 전파’가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분석된 만큼 이번 의무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낮 12시 기준 이태원 클럽과 관련한 전체 감염자 119명 가운데 남성이 102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남성이 다수인 군 입대자의 의무화 조치 추진배경과 무관치 않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전체 (군 훈련소) 입소자를 대상으로 검사하는 만큼, 당국이 인지하지 못한 위험도 등을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태원 클럽 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는 13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이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이태원 클럽 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는 13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이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방역당국은 또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 이날부터 익명검사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이번 집단감염 사태 와중에 특정 커뮤니티가 부각되면서 신분이 노출될까 봐 진단검사를 받기 꺼리는 이태원 방문자를 위한 조치다. 바이러스 전파가 이뤄졌을 것으로 의심되는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6일까지 이태원 클럽·주점 등을 다녀온 이들이 대상이다. 익명검사는 서울시가 처음 도입한 바 있다.

코로나19 선별 진료소에서 “익명검사를 원한다”고 밝히면 의료진에게 이름과 주소를 알리지 않고도 검체를 채취할 수 있다. 다만 연락 가능한 전화번호는 남겨야 한다. 양성·음성 판정 결과를 통보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 뉴스1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 뉴스1

방역당국은 이태원 클럽과 관련한 집단감염 사태와는 무관한 경우는 기존대로 진단검사 때 개인정보를 수집할 방침이다. 정 본부장은 “모든 선별검사를 익명으로 할 것인지는 검토가 필요하다”며 “익명검사는 (이태원 방문자가 골든타임 내) 검사를 빨리 받게 하려 일단 시행한 것이다. 이에 대한 성과·효과를 본 뒤 (익명검사를 늘릴지 말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태원 클럽과 관련한 코로나19 진단검사는 지금까지 2만2000건가량 이뤄졌다. 이번 사태 초기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파악된 클럽 명부 인원 5517명보다 많은 건수다. 방역당국과 서울시 등은 이태원 일대 휴대전화 기지국에 접속한 1만905명에게 진단검사를 받을 것을 권하는 안내 문자를 발송한 상태다.

정 본부장은 “현재 이번 집단발병 관련해 2만2000여건의 진단 검사가 이뤄져 이 중 119명이 확진된 상황”이라며 “시간이 지나면서 2차 전파로 인한 지역사회 내 감염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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