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아닌 물품교환권으로 지급한 수당…대법 “통상임금 맞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회사가 근로자들에게 지급한 회사 구내매점용 물품교환권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버스 운전기사 김모씨 등 27명이 버스회사 A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앞서 김씨 등은 “물품교환권으로 지급된 폐쇄회로(CC)TV 관리 수당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채 각종 수당과 퇴직금을 산정했다”며 퇴직하면서 구내매점용 물품구입권 수당 1만원도 통상임금에 속하므로 이를 계산해 수당 및 퇴직금을 재산정해 차액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A사가 2012년 1월 노후한 CCTV를 교체한 뒤 CCTV 관리 등에 대한 수당으로 근무일당 1만원 상당의 물품구입권을 지급했다. 해당 물품구입권은 A사 구내매점에서만 사용되지만, 이것으로 기사들은 담배와 음료수, 장갑 등을 살 수 있었다.

이 소송의 쟁점은 근무일당 1만원 상당의 사용처가 정해진 물품구입권이 통상임금으로 볼 수 있는 지였다.

김씨 등은 “당일 출근하는 기사들은 모두 받을 수 있던 수당이므로 통상임금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A사는 “소모성 비품을 구입할 수 있는 실비변상 목적의 현물을 지급한 것일 뿐 근로의 대가가 아니므로 통상임금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했다.

1심과 2심은 서로 의견이 갈렸다. 1심 재판부는 “CCTV 수당은 근무일수에 따라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돼 온 고정적 임금”이라며 “현금이 아닌 현물로 지급됐다고 해서 이를 통상임금 범위에서 제외할 수 없다”고 판단해 김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은 “버스 운행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근로자의 후생복지나 근로제공에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기 위한 조처로서, 근로에 대한 대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물품구입권의 사용처가 한정돼 있고 현금으로 교환할 수 없다는 점도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의 근거가 됐다.

대법원은 이를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CCTV 수당은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한 것이므로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며 “비록 수당이 실비 변상 명목으로 지급되었고 회사 발행의 물품구입권으로 교부되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했다. 이어 “CCTV 수당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단에는 임금 및 통상임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2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