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진주만보다 더 화났다···‘美中 사이’ 또 선택 강요받는 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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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중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책임론이 신냉전 시대 개막의 신호탄이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미국연구센터장은 7일 중앙일보에 “미국이 코로나19 문제를 1941년 제2차 세계대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계기가 된 진주만 사건에 비교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며 “코로나 이후 이후 미ㆍ중이 본격적으로 격돌하는 신냉전 시대로 접어들 것이라는 경고음”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확산과 관련,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며 “진주만, 세계무역센터(9·11) 공습보다 더 나쁘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7일 "미국의 적은 코로나 19이며 중·미는 함께 전투에 나선 전우이지 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중국 내에선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무역 전쟁과 화웨이 갈등으로 굴곡을 드러냈던 미·중 갈등은 서막에 불과했다.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 움직임과 이젠 '당당히 맞서겠다'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중국몽(中國夢)'이 맞물리면서 코로나19를 계기로 한 미·중 신냉전은 더욱 첨예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ㆍ중 간 대립이 격화할수록 한국이 움직일 외교적 공간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미ㆍ중 양쪽으로부터 어느 한쪽을 선택하라는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014년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 참여,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배치 때와 유사한 상황이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으로선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신냉전 시대 하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상황이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한국은 그동안 미·중이 충돌하는 이슈에서 어느 쪽도 노골적으로 편들지 않고 숨는 ‘확대 균형’ 전략을 취해왔다”면서 “애프터 코로나 시대에는 한국이 숨으려 해도 미ㆍ중이 경제ㆍ안보 전방위 이슈에서 뒷덜미를 잡고 끄집어 내려 할 것인 만큼 치밀한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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