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관련해 바이러스가 치료제에 ‘내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코로나19 증상이 발현되기 전 이미 감염력이 높아 환자 한명이 상당한 접촉자에게 전파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100일을 맞는 28일 방역당국은 “(코로나19 는) 매우 조용하면서 다루기 어려운 바이러스”라는 취지의 분석을 다시 한번 내놓은 것이다.
방역당국, "코로나19 근절 사실상 요원"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의 폭발적이면서 빠른 전파를 줄이는 데 성과가 있었다”며 “하지만 지역사회에서 발생이 계속되는 만큼 사실상 근절은 요원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의 근절도 요원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치료제에 대한 내성이 생길 가능성도 경고했다. 권 부본부장은 “치료제가 개발된다고 해도 전 세계적으로 이 치료제가 대량으로 사용될 경우 언젠가는 약제 내성도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징으로 무증상 상태서의 높은 전파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방대본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는 증상이 나타나기 최소 이틀 전부터 높은 감염력을 보인다. 본인이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한 명의 코로나19 환자가 밀접접촉자 등 10명을 감염시켰다고 가정할 때, 증상이 나타나기 전 감염시킬 수 있는 사람이 4명 이상이라고 보건 당국은 설명했다.
항체 어느정도 힘 가졌는지 의문
높은 감염력과 내성이 생길 가능성까지 제기되지만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무기인 ‘항체’가 어느 정도 힘을 가졌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대개 병을 앓고 나면 몸 속 혈액 안에는 항체가 형성된다.
질병관리본부가 최근 확진자 25명을 대상으로 항체 형성과 관련한 조사를 진행한 결과, 대상자 전원에게서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는 중화항체가 형성됐다고 밝혔지만 실제 방어력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당국은 특정 항원에 대한 항체의 정도를 말하는 항체 값 조사를 통한 면역도 조사를 준비하고 있지만 현재로써는 항체 값이 높게 나올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권 부본부장은 “설령 항체가(價)가 높게 나온다고 해도 이를 집단면역이 형성돼 방어력이 있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근거는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개인·집단 방역 캠페인인 생활 속 거리두기와 조기 신고, 철저한 추적조사로 코로나19를 통제해야 한다고 당국이 강조하는 이유다.
대구·경북지역 우선 항체검사 할듯
이와함께 방대본은 코로나19의 실제 전파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전 국민을 상대로 항체검사를 실시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항체검사로 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나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바이러스를 떨쳐낸 완치자를 찾거나 추정할 수 있어서다.
방역 당국은 우선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한 항체검사를 실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두 지역의 누적 환자는 8214명(경북 1365명 포함)으로 국내 전체 환자(1만752명)의 76.4%를 차지한다.
검사 대상자 확보 등 만만치 않아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벌써 시약선정이나 검사 대상자 확보 등이 간단치 않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시약이 선정되면 정확도·민감도 등이 고려된 항체 검사법이 나와야 한다. 검체 확보도 풀어야 할 과제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참가자들의 동의를 구하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일각에서는 헌혈 혈액을 활용한 검사 방안도 제기된다. 약 복용 등으로 수혈에 쓸 수 없는 부적격 혈액의 경우 본인 동의 없이 검사에 쓸 수 있는데 문제는 양이다. 한 달간 발생하는 부적격 혈액은 100건 이하다. 대구·경북지역으로 좁히면 10건이 채 안 된다.
권 부본부장은 “장기적으로 볼 때 전 국민을 대상으로 또는 전체 국민 중 합리적인 표본을 대상으로 (항체검사를) 시행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항체검사를 할 때 결정하고 고민해야 할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