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오거돈 사퇴 나흘만에 제명…보궐선거 무공천은 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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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오거돈 성추행 사건’에 대해 ’피해자분과 부산 시민, 국민에게 당 대표로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오른쪽은 이인영 원내대표, 맨 왼쪽은 남인순 최고위원. [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오거돈 성추행 사건’에 대해 ’피해자분과 부산 시민, 국민에게 당 대표로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오른쪽은 이인영 원내대표, 맨 왼쪽은 남인순 최고위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은 27일 성추행 파문을 일으킨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대한 제명을 의결했다. 오 전 시장은 이날부터 민주당원 자격이 박탈됐다. 지난 23일 시장직을 자진 사퇴한 지 나흘 만이다.

윤리위 “오, 참석 않고 소명 포기” #이해찬 “당대표로 국민께 사과” #총선 전 인지 의혹에는 선 그어 #젠더폭력TF 출범 “예방교육 의무화”

임채균 민주당 윤리심판원장은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전체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사안이 중차대하고 본인도 시인하고 있어 만장일치로 제명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윤리심판원 회의에는 재적위원 9명 중 6명이 참석했으며, 전원이 일치된 의견을 냈다고 한다. 임 원장은 “사안의 성격상 피해자 보호 문제도 있어 구체적인 경위는 말할 수 없다”며 “제명할 사안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오 전 시장은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소명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한다. 임 원장은 오 전 시장의 소명과 관련해 “포기한 것”이라면서 “나름대로 진행한 현장조사를 근거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순간부터 오 전 시장은 민주당원이 아닌가’라는 기자들 질문에 임 원장은 “예”라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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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남인순 최고위원이 이끄는 ‘젠더폭력근절대책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젠더 폭력 예방과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당 시스템 점검을 통한 대안을 마련하고 공직자, 당직자, 당원들에 대한 성인지 감수성 교육 등을 체계화하고자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오거돈 성추행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이 대표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로 사퇴했다”며 “피해자분과 부산 시민, 국민에게 당 대표로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닷새 휴가에서 복귀한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 회의에서 “목요일(23일) 아침 저는 소식을 듣고 놀랍고 참담하기 그지없었다”며 “이런 일은 당직자뿐 아니라 누구에게도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최초 인지 시점에 대해 ‘목요일 아침’이라고 명확히 짚어 야당에서 제기하는 사전 인지 의혹에 선을 그은 것이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도 성추문은 무관용으로 임했으며 앞으로도 이 원칙은 변함없이 지킬 것”이라며 “당 윤리심판원은 일벌백계에 돌입할 것이고, 민주당은 선출직과 당직자에 대한 성인지 교육을 체계화하고 의무화하는 제도 정비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 전 시장 사퇴로 내년 4월에 열리게 된 보궐선거에 ‘무공천 원칙’을 적용할지에 대한 입장은 정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당헌(96조 2항)에는 선출직 공직자의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선이 열릴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다.

이 대표는 이날 민주당·더불어시민당 소속 초선 당선인 83명이 모인 워크숍에서 ‘겸손’과 ‘공적 자세’를 거듭 강조했다. 이 대표는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항상 겸손하게 임해야 한다”는 취지의 인사말을 했다고 한다. 열린우리당은 2014년 17대 총선 당시 152석의 과반 의석을 확보했지만 4년이 지난 18대 총선에선 의석수가 81석으로 절반 가까이 줄며 참패했다. 이 대표는 “국민 앞에 겸손하며 진실한 마음, 성실한 자세, 절실한 심정으로 일해 달라”고 말했다고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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