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온라인 시내버스 운전기사 음주운정 측정한다

중앙일보

입력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버스종합환승센터에서 시내버스가 정상 운행하고 있다. [뉴시스]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버스종합환승센터에서 시내버스가 정상 운행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에서 6년째 151번 시내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김웅무(48)씨는 지난 18일 강북구의 차고지에 설치된 ‘음주측정관리시스템’을 처음으로 이용해봤다. 버스 운행 전 김씨는 검은색 설치된 지문인식기에 손가락을 올려놓고 측정기에 숨을 불어넣자 모니터 화면에 ‘혈중알코올농도 0’이라는 내용이 표시됐다.

온라인으로 음주운전 측정값 서울시로 전송 #서울시 "시내버스 음주운전 처벌 강화"

김씨는 “그동안 버스 기사 스스로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고 손으로 일일이 수치를 적어야 해서 번거로웠지만, 기계는 본인인증부터 측정까지 모두 자동으로 진행돼 더욱 간편해졌다”며 “특히 측정값이 서울시 서버로 바로 전송되기 때문에 기사들 사이에서는 경각심이 더욱 높아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울시가 시내버스 운전기사의 음주운전 여부를 온라인으로 관리하는 ‘온라인 음주측정관리시스템’을 127개 시내버스 업체에 도입했다고 27일 밝혔다. 버스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측정하던 운전기사 음주 운전 여부를 시 차원에서 직접 감독하기로 했다.

앞으로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은 운행 전 음주측정을 반드시 버스 차고지와 업체 사무실 등에 설치된 ‘음주측정관리시스템’을 통해 해야 한다. 검은색 상자 모양의 기계는 운전기사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카메라, 숨을 불어넣을 수 있는 음주측정기계과 지문인식기가 달려있다.

서울시는 시내버스 운전기사의 음주운전 여부를 온라인으로 관리하는 '온라인 음주측정관리 시스템'을 토입했다고 27일 밝혔다. 사진은 서울시가 공개한 음주측정관리 기계. [사진 서울시]

서울시는 시내버스 운전기사의 음주운전 여부를 온라인으로 관리하는 '온라인 음주측정관리 시스템'을 토입했다고 27일 밝혔다. 사진은 서울시가 공개한 음주측정관리 기계. [사진 서울시]

운전기사는 기계에 설치된 지문인식기를 통해 본인 인증을 거친다. 동시에 측정기에 탑재된 카메라가 운전기사를 실시간으로 촬영한다. 지문을 인식한 뒤 다른 사람이 대신 음주측정을 하는 ‘대리 측정’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본인인증 후 운전기사가 음주측정기에 숨을 불어넣게 된다. 충분히 숨을 불어넣지 않으면 다시 측정해야 한다. 혈중알코올농도는 실시간으로 서울시에 있는 서버로 전송 후 저장된다. 만약 운행 전 음주측정을 하지 않을 경우 측정기가 자동으로 감지해 업체 관리자에게 문자메시지를 전송한다. 운전기사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1%가 넘어 운행할 수 없는 경우도 같은 방식으로 업체 측에 통보된다.

업체가 이런 통보를 받은 후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가장 낮은 수위는 일부 버스의 운행을 중지시키는 ‘사업 일부 정지 명령’이며, 가장 강력한 행정처분인 ‘버스 감차(減車ㆍ운행하는 버스 차량의 수나 운행횟수를 줄이는 처분) 명령’까지 가능하다.

서울시가 온라인 음주측정관리시스템을 도입하게 된 이유는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의 음주운전 관리·감독 체계에 사각지대가 생겨서다. 당초 운전기사의 운행 전 음주 여부는 업체가 자체적으로 관리했다. 업체 관리자가 운전기사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해 관리대장에 수기로 기록한 뒤 보관하면, 서울시 측에서 6개월에 한 번씩 업체를 방문해 확인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직접 측정을 하지 않아 거짓으로 측정해도 단속할 길이 없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시내버스 운전기사가 만취한 채 새벽에 버스를 몰다가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당시 운전기사 A(57)씨는 새벽 4시쯤 서울 송파구의 업체 차고지에서 버스를 배차를 받은 뒤 강남구 압구정동까지 약 1시간 동안 10km를 음주 상태로 운행했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로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서울시는 시내버스 운전기사의 음주운전여부를 기계를 통해 자동으로 측정 후 관리한다. [사진 서울시]

서울시는 시내버스 운전기사의 음주운전여부를 기계를 통해 자동으로 측정 후 관리한다. [사진 서울시]

서울시는 A씨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업체를 상대로 가장 강력한 행정처분인 ‘감차 명령’을 내렸다. 서울시 자체조사 결과 해당 업체는 반복적으로 운전기사의 음주 여부를 측정하지 않는 등 관리·감독에 소홀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마련된 것이 음주측정관리시스템이다. 같은 해 11월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한 ‘윤창호법’이 통과된 것과 맞물려 서울시가 버스 업체와 운전기사에 대한 관리ㆍ감독 강화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행법상 버스업체가 운전기사에 대한 음주측정을 안 했을 경우에만 가장 강력한 처분인 ‘감차명령’이 가능해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이 있다”며 “대리측정을 방조하거나 음주측정 후 기록을 소홀히 하는 ‘관리ㆍ감독 소홀’시에도 강력한 행정처분이 내려지도록 국토교통부 등과 법안 개정 논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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