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개최는 망상, 내년도 어렵다"…日서 올림픽 비관론 확산

중앙일보

입력

올 7월 개최 예정이던 도쿄올림픽이 내년 여름으로 1년 연기된 가운데 최근 일본에서 ‘내년 개최도 어렵다’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마이니치 "전략적 취소안, 플랜B 필요" #"내년 여름 전 세계 선수 초청은 망상" #"지도자, 도박 질 경우 대책 준비해야" #日의사회장 "백신없이 올림픽 어려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이 내년까지도 가라앉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다.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메인스타디움으로 사용될 국립경기장 준공식이 지난해 12월 1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하시모토 세이코 도쿄올림픽 상무장관, 아카바 가즈요시 국토교통상,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 엔도 도시야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부위원장(왼쪽부터)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AP=연합뉴스]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메인스타디움으로 사용될 국립경기장 준공식이 지난해 12월 1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하시모토 세이코 도쿄올림픽 상무장관, 아카바 가즈요시 국토교통상,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 엔도 도시야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부위원장(왼쪽부터)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AP=연합뉴스]

27일자 마이니치 신문 2면에 실린 ‘긍정적인 올림픽 취소’라는 칼럼에서 야마다 다카오(山田孝男) 특별편집위원은 "올림픽이 결국 취소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그렇게 되더라도 당황하지 않도록 ‘전략적 취소’방안,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취소 가능성을 전제로 준비하면 큰 저항감이 따르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가까운 장래에 파국적인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라면서다.

그는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유행이 1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 또 유효한 백신과 특효약이 나오려면 적어도 1년 반은 걸릴 것이란 예측이 많다"며 "개발도상국에선 선진국보다 더 늦게 감염이 확산될 것이라고 하니, 내년 여름 전 세계의 선수들을 도쿄에 부르는 것은 망상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야마다 위원은 태평양전쟁 인팔 전투에서 일본에 승리했던 영국군 사령관이 "일본군의 결함은 계획이 잘못됐을 때 곧바로 바로잡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 것을 인용하며, "지도자는 도박(올림픽 1년 연기)에 질 경우 어떻게 할지 대책을 세워둬야 한다”고 했다.

올림픽 취소 가능성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일본 주도의 새로운 비전으로 대회 유치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요코쿠라 요시타케(橫倉義武) 일본의사회 회장도 지난 주말 올림픽 개최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25일자 아사히 신문 인터뷰에서 "기존의 항바이러스 약이나 (신종 인플루엔자 치료약으로 개발된) 아비간 등 (코로나19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없는지 시험하고 있지만 백신이 개발되지 않으면 올림픽은 열 수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달 24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의 전화 담판에서 ‘올림픽 1년 연기’를 결정했다.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경기조직위 회장이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경기조직위 회장이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당시 아베 총리의 ‘총리 선배’인 모리 요시로(森喜朗) 도쿄올림픽경기조직위 회장은 "만약 1년 뒤에도 올림픽이 개최되지 못하면 정치적으로 몰리게 된다. 2년 연기 안도 있다"고 했지만 아베 총리는 1년 연기를 고집했다.

그래서 일본 정치권에선 “아베 총리가 내년 9월까지인 자신의 임기를 고려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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