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염증성 장 질환 전문센터, 진료 표준화 산파역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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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장병익 영남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과거 서구에서 유병률이 높고 국내에서 드문 질환이었던 염증성 장 질환자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8년 진료를 받은 염증성 장 질환자는 궤양성 대장염 약 4만 명, 크론병 약 2만 명으로 총 6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염증성 장 질환은 소화기관에 생기는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크게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을 지칭한다.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에서 장내 세균총에 대한 이상 면역 반응이 지속할 때 발병하고 식습관·흡연 등 환경 인자도 발병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된 증상은 설사·복통·혈변·구역 및 구토 등을 들 수 있으며, 기운이 없고 피로하며 식욕이 떨어지고 체중이 감소하는 등 전신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러한 증상이 4주 이상 지속하거나 사라지는 듯하다가도 계속 반복해 나타난다면 염증성 장 질환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아 진단받아 보기를 권한다.

염증성 장 질환은 재발과 호전을 반복하면서 만성화한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복통·설사·혈변 등의 증상이 심해질 뿐만 아니라 협착·누공·농양 등 여러 합병증 발생 위험성이 높아지고, 심하면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따라서 진단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증상이 좀 좋아졌다고 해서 중간에 치료를 중단하면 안 된다는 점을 꼭 알아둬야 한다. 치료에는 항염증제, 스테로이드제, 면역조절제, 생물학적 제제 등을 사용할 수 있는데, 특히 생물학적 제제는 염증을 유발하는 원인 물질 자체를 차단한다. 염증을 줄이고 점막을 치유하는 데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

이처럼 다양한 치료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확실한 효과가 있는 단일 치료법이 없다. 환자마다 나타나는 증상이나 질환이 진행되는 양상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일관된 치료 방법을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의료진과 지역별로 진료 행태에 차이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자기에게 맞는 치료를 찾아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일도 생긴다. 이를 해소하려면 전국적으로 어떤 병원을 찾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진료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표준화한 진료지침을 수립하고 확산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많은 병원이 염증성 장 질환에 특화한 전문센터 혹은 클리닉을 운영하면서 표준화한 진료지침 수립과 확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고무적이다. 코로나19와 같이 면역에 영향을 미치는 감염병 위험이 커지면서 주기적인 검사와 상담을 통해 면역 억제 치료를 포함한 약물치료의 효과를 면밀하게 추적하고 환자 개개인의 질병 상태에 따른 맞춤형 진료를 제공하는 전문센터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앞으로도 진료의 질 향상 및 맞춤형 치료의 발전에 전문센터가 더 많은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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