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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아무도 몰랐나···회견뒤 오거돈과 측근 10명 사라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거돈 부산시장 23일 부산시청 브리핑룸에서 사퇴 기자회견.송봉근 기자 (2020.4.23.송봉근)

오거돈 부산시장 23일 부산시청 브리핑룸에서 사퇴 기자회견.송봉근 기자 (2020.4.23.송봉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이 불거진 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여권이 이 사실을 사전에 몰랐을까 하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여권이 총선을 의식해 조직적으로 오 전 시장의 사퇴 시기를 조율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이를 강하게 부인하면서 진실공방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오 전 시장 성추행 인지시점 놓고 진실공방 #오 시장 측 정무라인 시청 떠나 연락 안돼 #통합당 "사퇴시점 조율 의혹" 수사촉구 #민주당 "성추행 사건 전혀 파악 못했다"

23일 부산성폭력상담소(이하 상담소)와 부산시 등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시기는 4월 초다. 오 전 시장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본 공무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달 초 오 전 시장 수행비서의 호출을 받았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업무시간이었고, 업무상 호출이라는 말에 서둘러 집무실로 갔고 그곳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이 공무원은 피해를 본 다음날 바로 부산성폭력상담소를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상담소의 도움을 받아 오 전 시장의 정무라인 중 한 명을 통해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양측이 사퇴를 법적으로 보장받기 위해 공증하는 과정에 4월 말이라는 시한이 정해졌다.

피해 공무원이 오 전 시장을 찾아간 날 비서실에는 5~6명의 인원이 있었다. 대부분이 일반 공무원이고 1명 정도만 오 시장이 데려온 정무직 공무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날 오 전 시장의 집무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는 공무원은 한명도 없다는 것이 부산시 측의 설명이다.

부산시 한 고위 공무원은 “(오 전 시장이 기자회견을 하기까지 성추행 사실을) 전혀 몰랐다. 기자회견을 한다는 사실 자체도 정무라인을 통해 알았고 그 내용도 회견 15분 전에서야 통보 받았을 정도. 일부 정무라인만 알았던 듯하다”라며 “오 전 시장도 정무라인도 모두 짐을 싸고 시청을 나갔는데 정말 괘씸하다. 쑥대밭을 만들어 놓고 나가 직원들 모두 ‘멘붕’ 상태다”고 했다.

23일 부산시 연제구 부산시청 청사 전경. 이날 오전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전격 사퇴했다. 김정석기자

23일 부산시 연제구 부산시청 청사 전경. 이날 오전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전격 사퇴했다. 김정석기자

여정섭 부산시 노조위원장은 “직원들 모두 전혀 꿈도 꾸지 못한 일이다. 보좌진들마저도 금시초문이었다고 들었다. 오늘(23일) 오전 9시에 오 전 시장 기자회견이 잡혔다는 말을 듣고 처음엔 정무라인 교체 관련 이야기를 하겠거니 생각했는데 갑자기 성추행 이야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부산시의 오 전 시장 정무라인은 10여명 정도다. 하지만 이날 오 시장이 사퇴 직후 이들 정무라인들도 모두 짐을 싸 시청을 떠난 뒤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이들 대부분에게 ‘오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을 언제 알았는지, 민주당 등 여권 측과 이 내용을 상의한 적이 있는지, 피해자에게 사퇴 시기를 요구한 적이 있는지’ 등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했으나 연락을 받지 않았다.

현재까지 야권의 주장대로 여권이 총선을 의식해 오 전 시장의 사퇴시기를 조율했는지 여부는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청와대와 여권이 일부러 오 시장의 사퇴 시점을 총선 이후로 조율했을 수도 있다”며 검찰 수사까지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이날 오 시장 사퇴 3시간 뒤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을)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퇴는)당과 상의해서 이뤄진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들이 ‘사퇴 시점이 총선 이후인 것에 당 차원의 개입이 전혀 없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대답했다.

부산=위성욱·황선윤·이은지·김정석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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