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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 발포' 명령, 국제유가 끌어올리기 작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에 참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에 참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오전 8시 필요하면 걸프 해역에서 이란 고속단정에 발포하겠다고 경고하는 트윗을 내보냈다.

트럼프 "이란 고속정 모조리 쏴라" 트윗 후 #6월물 WTI 19% 올라 배럴당 13.78달러 #"중동서 긴장 고조되면 원유 공급 차질" #대폭락하던 국제유가 일단 급반등

"나는 미 해군에 이란 배가 바다에서 우리 배를 괴롭히면 모조리 격추하고 파괴하라고 지시했다." 그가 기상 후 보낸 다섯 번째 트윗이었다.

지난 15일 걸프 해역에서 미 군함과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 고속단정이 맞닥뜨려 서로 위협을 주고받은 사건과 관련해 이란에 보낸 경고였다. 전날 이란 혁명수비대는 처음으로 군사 위성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과 이란 모두 자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하느라 군사 갈등이 크게 주목받지 못했는데, 트럼프 대통령 트윗으로 새롭게 부각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코로나19로 타격 입은 이란에 대한 지원 의사를 거듭 밝혔을 뿐 걸프 해역 충돌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해왔다.

미국 공영방송 NPR은 "걸프 해역에서 미국과 이란의 대립은 여러 해 이어졌지만, 양국의 불문율 준수로 대치 상태가 실제 적대 행위로 확대되는 경우는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다'면서 "하지만 이란 배를 쏘라는 트럼프 지시는 위험을 키우는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트윗의 '효과'는 이날 오후 나타났다. 이틀 연속 기록적으로 폭락한 국제유가가 반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19.1% (2.21달러) 오른 배럴당 13.7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낙폭이 너무 크다는 시장 판단에 따라 반등한 이유도 있겠지만, 트럼프 트윗이 중동에서의 긴장 고조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유가 반등을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문가를 인용해 트럼프의 이란에 대한 트윗 경고가 유가를 끌어올렸다고 전했다. 걸프 해역에서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면 원유 선적에 차질을 빚어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가능성 때문에 유가가 오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락하는 유가를 방어하기 위해 최근 여러 시도를 했다. 지난 20일 5월 인도분 WTI 가격이 마이너스 37달러로 추락한 직후 열린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에서 "원유 7500만 배럴을 구매해 전략 비축유를 보충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유가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이튿날 6월 인도분 WTI가 21년 만에 가장 낮은 배럴당 11.57달러로 내려앉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로 "미국의 위대한 석유·가스업체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에너지 장관과 재무장관에게 이렇게 중요한 기업과 일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할 계획을 짜라고 지시했다"고 밝혔지만 시장을 진정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일시적으로 유가가 반등하긴 했지만 오래 가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동 제한과 공장 가동 중단 등 코로나19로 급감한 원유 수요가 이른 시일 안에 회복될 가능성이 낮은 데다 하반기 제2의 코로나19 유행 얘기가 벌써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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