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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탄 차량 바다에 빠뜨린 보험설계사, 살인 혐의 '무죄'

중앙일보

입력

지난 2018년 12월 31일 오후 전남 여수 금오도 한 선착장 앞바다에 빠진 승용차 인양 모습. 차에 홀로 타고 있던 40대 여성이 숨졌다. 해경은 당시 보험설계사 남편이 보험금을 목적으로 재혼한 부인을 살해하려고 사고를 가장해 자가용을 바다에 빠트린 것으로 결론내렸다. 사진 여수해양경찰서

지난 2018년 12월 31일 오후 전남 여수 금오도 한 선착장 앞바다에 빠진 승용차 인양 모습. 차에 홀로 타고 있던 40대 여성이 숨졌다. 해경은 당시 보험설계사 남편이 보험금을 목적으로 재혼한 부인을 살해하려고 사고를 가장해 자가용을 바다에 빠트린 것으로 결론내렸다. 사진 여수해양경찰서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가 타고 있던 승용차를 바다로 밀어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5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 남성의 고의가 아닌 실수로 차량이 바다에 빠졌다고 판단했다.

광주고법 제2형사부(김무신·김동완·위광하)는 살인과 자동차매몰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박모(52)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금고 3년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살인 혐의는 무죄로 보고 항소심 재판 막바지 검찰이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만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주위적(살인)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이어 "추락 사고 직전 추락 방지용 난간에 충돌하고 박씨가 승용차 밖으로 나갔을 때 조수석에 있던 아내가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며 "아내의 움직임에 따라 차량의 무게중심이 앞쪽으로 이동해 차량이 움직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만약 박씨가 의도적으로 아내를 살해하려 했다면 아내의 탈출 시간을 최소한 하나라도 지연시키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면서 "그런데 사고 당시 승용차의 문은 잠겨 있지 않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씨의 경제적 사정을 살펴보면 다소간의 경제적 어려움은 있을지언정 살인이라는 극단적 타개책을 모색할 정도로 급박한 상황은 아니었다"며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를 살해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2018년 12월 31일 오후 전남 여수 금오도 한 선착장 앞바다에 빠진 승용차 인양 모습. 차에 홀로 타고 있던 40대 여성이 숨졌다. 해경은 당시 보험설계사 남편이 보험금을 목적으로 재혼한 부인을 살해하려고 사고를 가장해 자가용을 바다에 빠트린 것으로 결론내렸다. 사진 여수해양경찰서

지난 2018년 12월 31일 오후 전남 여수 금오도 한 선착장 앞바다에 빠진 승용차 인양 모습. 차에 홀로 타고 있던 40대 여성이 숨졌다. 해경은 당시 보험설계사 남편이 보험금을 목적으로 재혼한 부인을 살해하려고 사고를 가장해 자가용을 바다에 빠트린 것으로 결론내렸다. 사진 여수해양경찰서

박씨는 지난 2018년 12월31일 오후 10시쯤 전남 여수시 금오도 한 선착장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바다로 밀어 차량에 타고 있던 재혼한 아내 A씨(47)를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수사기관 조사 결과 박씨는 당시 후진으로 차량을 이동하던 중 추락 방지용 난간에 부딪히자 상태를 확인한다며 내린 뒤 승용차를 밀어 바다에 빠뜨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건을 수사했던 여수해경과 검찰은 인양한 차량의 페달식 주차 브레이크가 잠기지 않았고 기어는 중립이었으며 조수석 뒤쪽 창문이 7㎝ 가량 열려 있던 점 등을 들어 고의성을 의심했다. 또 보험설계사인 박씨가 사건 발생 전 10억이 넘는 거액의 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파악하고 살인 등의 혐의를 적용해 박씨를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박씨는 "순간 차량이 추락해 구조하지 못했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경사로에 있던 차량이 스스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1심 재판 과정에서도 아내와 관계가 좋았다고 언급하며 살해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심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귀한 생명을 보험금 수령을 위한 단순한 도구로 이용한 점, 차가운 바다에서 아내를 고통스럽게 익사하게 한 점 등 죄질이 불량하고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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