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첫 의총···참패 수습도 '김종인 비대위'도 결론 못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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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이 20일 총선 후 첫 의원총회를 열었다. 참패 이후 당을 어떻게 수습할지 논의하는 자리였지만, 비상대책위원회의 구성 여부와 성격을 두고 주장이 엇갈리며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일부 의원은 보수 유튜브 채널 등에서 주장하는 ‘사전투표 부정 의혹’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대위 체제로 전환에 뜻을 모았다.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은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다수가 ‘신속하게 비대위 체제로 넘어가서 상황을 수습하는 게 낫겠다’고 했다”며 “의총에서 이런 의견을 얘기하고 빠르게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심 권한대행은 앞서 17일 김종인 전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에게 비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당선인들이 다수 참여한 오후 의총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비대위 체제를 길게 끌고 가거나 당 외부 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는 것에 대한 반대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지도부의 오전 결정을 다수 의원이 비토한 것이다. 보은-옥천-영동-괴산에서 당선된 박덕흠 의원은 의총 도중 밖으로 나와 “비대위를 외부에 맡기지 말고 당 내부에서 비대위원장을 찾자는 의견이 3분의 2 정도로 다수였다”고 전했다.

결국 당 지도부는 현역 의원들과 당선인 모두에게 의견을 물어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심 권한대행은 의총이 끝난 뒤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고, 하나로 합일되지 않았다”며 “당 진로를 결정하는 문제인 만큼 모든 의원과 새 당선인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그 의견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조경태(왼쪽부터), 정미경, 김영환,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조경태(왼쪽부터), 정미경, 김영환,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비대위 전환에 대한 반대 의견이 많으면서 유력하게 검토되던 ‘김종인 비대위’ 체제도 불확실해졌다. 또한 비대위가 들어선다해도 예정대로 8월에 전당대회를 열 경우, 비대위는 최대 3개월정도만 활동하는 ‘전당대회 준비위원회’ 성격의 비대위에 머문다. 이를 김 전 위원장이 수용할 가능성은 적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자기네들 생존이 걸린 문제니까 그 사람들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지 나는 전혀 관심이 없다”며 “과거 경험을 떠올려보면 당내 잡음이 쉽게 정리될지도 모르겠고, 정리하더라도 그 기간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도와달라고 요청을 해도 할지 말지 고민 중인데, 자꾸 내 이름을 가지고 이러고 저러고 논의하는 자체가 굉장히 불쾌하다. 기분이 나빠서라도 별로 관심을 갖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부 의원들은 이날 의총에서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이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퍼지고 있는 ‘사전투표 부정 의혹’을 거론했다고 한다. 심 권한대행은 “민경욱 의원이 선거가 뭔가 이상하다고 해서 구체적으로 의견을 얘기하고 설명했다”고 말했고, 박성중 의원은 “이번 선거의 사전 투표에서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는 얘기가 나왔고 구체적인 수치 같은 것도 제시가 됐다”고 전했다.

20일 미래통합당 의원총회에 김재원 예결위원장(왼쪽)과 심재철 원내대표. 오종택 기자

20일 미래통합당 의원총회에 김재원 예결위원장(왼쪽)과 심재철 원내대표. 오종택 기자

해당 사안과 관련해 일부 네티즌들과 설전을 벌여온 이준석 최고위원은 “사전투표 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당이나 세력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 정치를 하는 것이며, 유튜버들은 돈벌이를 하는 것”이라며 “투표가 조작됐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했다.

윤정민ㆍ김홍범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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