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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일단 살리자" 2600조 뿌릴 때, 韓 지원 대상자도 못정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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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0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신종 코로나 경기부양책을 논의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0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신종 코로나 경기부양책을 논의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6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대응을 위한 83억 달러(약 10조원) 규모 ‘긴급 예산법’에 서명했다. 의회에 요청한 건 25억 달러(약 3조원)였지만, 오히려 의회에서 세 배 이상 증액해 통과시켰다. 이런 식으로 미국은 지난달 2조2000억달러(약 2684조원) 규모 3차 경기부양책까지 통과시켰다. 그러고도 이달 2일엔 트럼프 대통령 표현대로 “오로지 일자리와 인프라 재건을 위해 쓸 매우 크고 대담한(Big and Bold)” 4차 경기 부양책을 의회에 요청했다. 최소 1조 달러(약 1220조원) 규모다.

#2. 총선 직후인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ㆍ정ㆍ청 협의회.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정부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청와대에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상조 정책실장 등이 참석했다. 당정은 긴급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확대 지급 여부를 논의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민주당은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기존 소득 하위 70%에서 100%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지켜야 한다며 기존 소득 하위 70% 지급안을 유지하겠다고 맞섰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도 못 정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한국에 시사점을 주는 보고서가 나왔다. 세계 각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무차별적인 재정 살포, 전례 없는 통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내용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일 ‘코로나 19 대응 주요국의 재정 및 통화금융 정책’ 보고서를 내고 선진국의 신종 코로나 재정ㆍ통화 대응책에 주목했다. 요약하면 선진국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가차 없는’ 경제 살리기에 나섰다. 강구상 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유달리 과감한 대책을 추진하고 국회가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형식으로 신종 코로나 위기에 대응한 공통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대책의 초점은 생계ㆍ고용 지원이다. 여기에 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지출 비중은 미국(10.4%), 싱가포르(7.9%), 일본(7.1%) 순이다. 미국ㆍ싱가포르는 저소득층 현금 지급, 실업보험, 자영업자 지원 등 생계·고용 지원에 재정 지출의 24.7%(5515억 달러), 75.2%(300억 싱가포르달러)를 각각 배정했다. 일본ㆍ중국은 실업보험 확대, 사회ㆍ의료보험료 인하, 육아수당 지급, 고용조정조성금 인상 등에 각각 전체 재정지출의 55.7%(22조엔), 22.6%(6600억 위안)를 할당했다.

통화 정책은 실물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내리고, 국채를 사들여 유동성을 공급하는 데 집중했다. GDP 대비 통화금융 정책 규모는 독일(34.1%), 프랑스(12.4%), 미국(10.7%), 중국(6.3%) 순이었다. 신종 코로나가 확산하자 일제히 기준금리를 내리거나 동결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미국이 기존 발표한 연방준비제도(Fed)의 국채 및 주택대출담보증권(MBS) 무제한 매입 등을 고려할 때 가장 대규모로 적극적인 통화 정책을 폈다. 유럽중앙은행은 7500억 유로 규모 양적 완화에 들어갔다.

정책 면에선 금융시장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기업 대출 확대, 회사채 매입을 지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은 현금 지원, 회사채 매입뿐 아니라 중소기업 대출 확대, 납세 유예까지 포함한 기존 3차례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이어 4차 대책을 준비 중이다.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듯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시중에 돈을 공급해 ‘헬리콥터 머니’란 평가를 받았다.

중국은 현금 지급보다 유동성 공급을 통한 기업 자금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부가가치세 면제, 높은 사회보험료 부담 경감 카드도 뽑아 들었다. 일본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산업 공급망을 재구축하기 위한 국내 유턴 지원에 나섰다. 일본은행의 양적 완화, 주식시장 직접 개입 규모도 크게 늘렸다. 독일은 개인에게 직접 돈을 주거나 대출ㆍ보증 지원하는 식이다. 기업 유동성은 세금을 감면하는 형태로 늘린다. 싱가포르는 전체 경기부양 지출의 67%를 현금으로 지급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가 휩쓸어 다 죽고 나면재정 건전성 논란도 쓸모없다”며 “일단 지원하고 나중에 거둬들이더라도 지금은 선진국처럼 부도ㆍ실업의 경계선에 있는 계층부터 전폭적으로 지원할 때”라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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