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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확진자 6000명 넘었다···방역 모범국의 뼈아픈 실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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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방역 모범국으로 불리던 싱가포르가 이젠 동남아시아에서 코로나 19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국가가 됐다. 싱가포르에 체류 중인 외국인 이주노동자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다른 동남아 국가 중 상당수가 코로나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는 "코로나 19 확진자가 외국인 이주 노동자를 중심으로 더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는 "코로나 19 확진자가 외국인 이주 노동자를 중심으로 더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연합뉴스]

19일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와 타임스 오브 인디아 등에 따르면 싱가포르 보건부는 19일 코로나 19에 596명이 새로 감염돼 누적 확진자가 6588명이 됐다고 밝혔다. 11개 동남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다.

외국인 노동자, 주로 기숙사 내 밀집해 생활 #섣부른 등교, "건강하면 마스크 안 써도 돼"도 화근

그동안 동남아에서 코로나 19 확진자가 가장 많았던 국가는 인도네시아로 19일 기준 누적 확진자가 6575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싱가포르가 인구 585만명의 소국이고 인도네시아는 인구가 2억7000만명임을 고려하면 누적확진자 숫자가 역전된 것은 뼈아프다.

필리핀(인구 1억900만명)은 같은 날 누적 확진자가 6259명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말레이시아(인구 3200만명)와 태국(인구 6900만명)의 누적 확진자가 각각 5389명과 2765명으로 조사됐다. 라오스(인구 727만명)·미얀마(인구 5400만명)·베트남(9700만명) 등 다른 동남아 국가의 누적 확진자는 300명 미만이다. 코로나가 주춤해진 국가의 경우, 출구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예를 들어 베트남 정부는 지난 15일 저위험지역에 대해서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종료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싱가포르에서 신규 확진자가 급증한 원인 중 하나는 이주노동자들이 기숙사에 밀집해 거주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12일까지만 해도 2532명이었던 누적 확진자가 불과 1주일 만에 2.6배로 증가한 것도 이주노동자 기숙사에서 집단감염자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19일 타임스오브인디아에 따르면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는 "외국인 기숙사에서 더 많은 코로나 환자가 나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30만명의 저임금 노동자들이 싱가포르의 건설·보수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이주노동자 중에서 20만명 이상은 기숙사 43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좁은 공간에 밀집해서 거주한 탓에 감염이 이뤄졌다고 본 싱가포르 정부는 외국인 이주노동자 기숙사 과밀을 뒤늦게라도 해소하기 위해 창이 이스트 지역에 기숙사들을 신축하기로 했다. 기존에 있는 이 지역 기숙사 3곳도 개보수에 들어갔다. 리 총리는 "앞으로 며칠 동안이 결정적이다"면서 코로나 19 방역을 완벽히 해 달라고 당부했다.

싱가포르 센트럴 비즈니스 디스트릭트 지역에 마스크를 쓴 이들이 서 있다. [EPA=연합뉴스]

싱가포르 센트럴 비즈니스 디스트릭트 지역에 마스크를 쓴 이들이 서 있다. [EPA=연합뉴스]

문제는 이주노동자 밀집만은 아니다. 지난달 23일 정부 방침을 고수해 학교 문을 연 것도 문제였다. 확산 세가 이어지자 결국 싱가포르 정부는 이달 3일 기존의 등교 방침을 철회하고 재택수업으로 전환했다. 코로나 19 사태 초기에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도 실책으로 지적된다. 결국 싱가포르 정부는 누적 확진자가 1000명을 초과한 이달 2일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고 무료 마스크를 배포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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