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으로 보는 주부 우울증] 선녀와 나뭇꾼 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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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5세의 K씨는 성격이 내성적이고 말수가 적은 편이며 화가 나도 주로 속으로 삭이는 편이다. 약 2년전 선배의 소개로 만난 남자와 6개월의 연애끝에 결혼했는데, 결혼생활이 계속 되면서 집안일은 나몰라라하고 매일 고주망태가 되어 들어오는 등 연애시절에 잘 몰랐던 남편의 단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임신을 하게 되었다. 입덧이 심해 임신기간 내내 힘들게 지냈고 출산 때도 난산으로 30시간을 고생하다 아들을 낳았다.

기쁨은 잠시, 무관심하고 자기 멋대로인 남편과의 사이에서 어떻게 키워야 하나 걱정과 함께 허탈감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분만 후 5일쯤 지난 뒤부터 잠을 통 못자고 잠들었다가도 금방 깨는 일이 반복되었다. 입맛이 없어 미역국도 거의 먹지 못했다. 누군가 자신을 해치려는 것만 같았고 옆에 누운 아이가 자신의 아이가 아닌 것 같았다. 만사가 다 귀찮고 죽고 싶은 마음만 들었다.

그런 상태가 계속되어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K씨는 남편의 술주정으로 지속적인 우울증을 보이고 있었으나 겉으로는 가려져 있는 상태였다. 믿음직하지 못한 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나 새로운 아들의 존재가 삶의 짐이자 결혼생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장애물로 인식되고 있었다.

전문의와의 면담을 통해 그녀의 장점을 부각시켜주고 아이의 탄생이 그녀에게 오히려 새로운 희망일 수 있다는 점을 암시했고 남편에게도 아내의 심적부담을 알려 생활자세를 고쳐나가도록 조언했다. 항우울제와 항정신병치료제를 병행해서 사용했다. 약 한달만에 불안감, 우울감, 피해망상, 자살사고 등이 없어졌고 건강한 상태에서 퇴원할 수 있었다.

자의식이 강한 여성에게 나타나는 산후 우울증, 몇시간만이라도 자기시간을 갖는다.

주부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 중 출산전후에 지독한 우울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있다. 흔히 산후 우울증이라고 불린다 결혼전에는 잘나가는 전문직 여성으로 평가받았거나 자의식이 강한 사람들에게 특히 많이 나타난다. 아이를 낳는다는 건 이상적인 가정을 이루기 위해 필요하지만 그로 인해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쳐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을 느끼는 것이다.

첫아이보다는 둘째아이를 놓았을 때 이런 증상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하나일 땐 그래도 우아한 젊은 엄마로 보일 수 있지만 아이 둘쯤 낳고나면 몸매도 얼굴형도 완전히 바뀌어버리고 앞에서 보나 뒤에서 보나 명백한 아줌마 계열로 들어서게 된다.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자괴감으로 바뀌는 순간, ´이제 나는 끝이구나" 더이상 선녀의 날개옷을 입고 자유롭게 날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 남편도 미워지고 인생이 허무해진다. 때로 지독한 산후 우울증은 자살이라는 결론을 택하기도 한다.

이 경우, 아이 키우는 책임을 혼자 져야 한다는 생각이 상태를 악화시킬수 있다. 아이는 부모의 보호아래 자라지만 부모의 의지대로 자라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해보자

♣ 육아를 혼자의 힘으로 해결하려 하지말고 도우미를 청해 하루 몇시간이라도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만든다.

♣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받아들이고 도움받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라. 무조건 참는다고 풀릴 일이 아니므로 차라리 털어놓으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우울증을 막아주는 좋은 방법, 카페인이나 설탕이 많이 든 음식을 피하고 보약을 먹는 등 건강관리에 힘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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