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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관상 안좋다” 민원에 세월호 추모 현수막 철거한 강릉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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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가 세월호 참사 6주기인 지난 16일 시내에 걸린 추모 현수막을 철거했다. [사진 SNS 캡처]

강릉시가 세월호 참사 6주기인 지난 16일 시내에 걸린 추모 현수막을 철거했다. [사진 SNS 캡처]

강원 강릉시가 세월호 6주기인 지난 16일 도로에 걸린 추모 현수막을 철거했다.

강릉시 16일 교동택지 일원 현수막 39장 철거 #추모위원회 "3년 동안 제재없다 갑자기 철거" #강릉시 "민원 지속 발생해 어쩔 수 없었다"

 17일 세월호 참사 6주기 강릉추모위원회에 따르면 강릉시는 전날 교통택지 일원 400~500m 구간 도로에 걸린 추모 현수막(족자형) 39장을 제거했다. 이 현수막은 추모위원회가 강릉 시민 한 명당 1만원을 받고 제작한 것이다. 올해 155명이 접수해 강릉 시내 곳곳에 추모 현수막을 걸었다.

 앞서 추모위원회는 강릉시에 공문을 보내 “현수막 철거를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이들은 공문에서 “14일부터 오는 21일까지 현수막을 걸 예정이며, 추모 행사는 매년 시행해 온 만큼 철거와 훼손을 방지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강릉시는 세월호 추모일인 지난 16일 현수막 39장을 철거했다.

 자비를 들여 추모 행사에 동참한 시민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불만을 표시했다. 한 시민은 “강릉시민 한분 한분의 이름이 새겨진 세월호 1인 현수막을 굳이 4월 16일에 이렇게(철거) 해야만 했습니까”라며 트럭에 쌓인 현수막 사진을 공유했다.

강릉시가 세월호 참사 6주기인 지난 16일 시내에 걸린 추모 현수막을 철거했다. [사진 SNS 캡처]

강릉시가 세월호 참사 6주기인 지난 16일 시내에 걸린 추모 현수막을 철거했다. [사진 SNS 캡처]

 강릉시는 ‘나무에 걸린 현수막이 미관상 좋지 않다’는 민원이 접수돼 현수막 일부를 철거했다고 해명했다. 시 관계자는 “철거하지 말라했어도 집회 신고가 돼 있지 않으면 불법 현수막”이라며 “철거 전에 미리 추모위원회 측에 양해를 구했고, 철거한 현수막은 돌려줬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존중해 올해도 추모현수막을 거는 것을 막지 않았다”면서도 “14일부터 시민 한 분이 지속해서 철거를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해 어쩔 수 없이 해당 구간 현수막을 철거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추모위원회는 현수막 철거 조처를 납득할 수 없다고 한다. 이 위원회는 2017년부터 3년 동안 시민 성금을 모아 추모현수막을 게시해 왔다. 집회신고 없이 협조공문만으로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추모 행사를 했다. 추모위원회는 철거한 현수막을 회수해 다른 곳에 걸 예정이다.

최종권 기자, 강릉=박진호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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