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설비투자 3% 줄인다…코로나 못잡으면 하반기 직격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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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서초사옥 딜라이트룸에 전시된 반도체 웨이퍼의 모습. 뉴스1

삼성전자 서초사옥 딜라이트룸에 전시된 반도체 웨이퍼의 모습. 뉴스1

올해 세계 반도체 설비투자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메모리 반도체 공급과잉을 우려해 설비투자를 줄인 것이란 이유에서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하반기 투자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7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설비투자 규모는 990억달러(121조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해(1023억 달러)보다 4% 줄어든 액수다. 지난해 역시 전년 대비 설비투자가 3% 감소해 2015년 이후 처음 감소세로 전환된 바 있다.

IC사이츠의 반도체 설비투자 전망

IC사이츠의 반도체 설비투자 전망

업체별로는 메모리 반도체 주력기업의 설비투자 감소가 클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개 업체의 시설투자 비용이 336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15%나 감소할 것으로 봤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생산라인 최적화 계획을 내놓은 후 생산규모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설비투자는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비메모리반도체 설비투자는 654억 달러로 전년 대비 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글로벌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는 올해도 투자 규모를 8% 늘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파운드리 부문 투자액은 반도체 산업 전체 투자 규모의 29%를 차지할 것으로 관측됐다.

코로나19로 '시장 침체→투자 감소' 악순환   

코로나19 여파의 영향으로 하반기 설비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반도체 시장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시장 규모가 축소되면서 제조업체들의 설비투자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IC인사이츠는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를 지난 1월 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가 3%(3월)로 낮췄고, 다시 최근엔 4% 감소로 확 낮췄다. 또다른 시장 조사 업체 가트너 역시 올해 전 세계 반도체 판매가 12.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가 최근 0.9% 감소할 것으로 낮춰잡았다.

IC인사이츠는 “대부분의 투자는 장기적 계획에 따라 진행되며, 반도체 회사들이 지난해 계획한 설비투자를 그대로 집행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반기에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으면 설비투자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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