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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올 1% 성장 쉽지 않다"···추가 금리인하 가능성 열어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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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9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에 전망에 대해 "1%대로 가는 건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각국이 직면한 내수부진에 따라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이 상당히 커졌고, 그 충격의 강도는 과거 어떤 위기 때보다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리로 대응할 정책 여력이 남아있다"며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하는 지금 경제상황이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하다고 보나?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을 통제한다든가 자가격리를 시행하는 등 강도 높은 정책을 펴고 있다. 그에 따라서 각국이 모두 내수부진에 직면해있으며 여기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리세션)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경기부진은 일정 국가에 국한하지 않고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이 겪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위기보다 훨씬 더 충격의 강도가 셀 것으로 예상한다. 그에 따라 우리 경제도 어려움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
올해 GDP 성장률은 어떻게 보나.
"코로나19 사태 진정에 우리 경제 흐름이 달려있다. 세계 경제가 다 그렇다. 경제전문가 뿐 아니라 보건의료 전문가들의 전망을 기초로 해서 기본적인 시나리오를 갖고 예측을 해봤다. 그 시나리오는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2분기 중에 진정이 돼서 3분기에 들어서면 경제활동이 점차 개선된다고 하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이 시나리오를 보면 결국 경제가 플러스 성장은 하지 않겠는가 하는 예상을 해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1% 성장이 가능한가.
"상황을 어떻게 전제하느냐에 따라서 전망은 아주 다양하게 갈릴 수밖에 없다. 일부 투자은행(IB)은 마이너스 성장도 전망한다. 우리는 경제전문가와 보건전문가 의견을 참고해서 하반가엔 어느정도 경제활동이 개선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전제로 해서 플러스 성장이 되지 않겠나 하는 것을 예상했다.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1%대로 가는 건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진행 양상에 따라서 대단히 가변적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시나리오보다 더 악화된다면 물론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은 어느정도 논의 되고 있는 건가.
"지난주에 '금융시장 상황이 악화될 것에 대비한 일종의 안전장치로서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을 통한 회사채 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은행 금융기관 중에서도 회사채 시장 주요 참가자인 증권사에 대해서, 우량 회사채를 담보로 대출해주는 제도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한은과 정부가 실무자 선에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연준(Fed)처럼 정부 보증 하에 특수목적법인(SPC)를 세워 기업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현재 채권시장안정펀드가 가동되고 있고, 한은이 전액 공급방식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확대 공급하고 있다. 그 결과 기업어음(CP) 시장의 불안이 진정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향후 전개, 그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변화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 불안이 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남아있고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SPC 설립하는 건 상당히 효과있는 큰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정부와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냐는 데 대해선 아직 밝히기가 적절치 않다."
9일 한국은행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가 유튜브로 중계되고 있다. 한국은행

9일 한국은행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가 유튜브로 중계되고 있다. 한국은행

5월에 추가 금리인하 가능한가. 정책여력이 여전히 남아 있나.
"지난 달 기준금리를 0.75로 맞춰놨다. 당시 비교적 큰 폭(0.5%포인트)으로 낮췄기 때문에 당연히 정책 여력은 조금 준 게 사실이다. 정책 여력이 있냐 없냐를 얘기할 때 시장에서는 실효하한의 개념을 떠올리는 것 같다. 실효하한이라는 거는 어느 수준에서 결정되는 게 아니고 가변적이다. 선진국 금리 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금리로 대응할 정책 여력이 남아있는 게 사실이다."
일각에선 한은이 국채나 회사채 매입에 나서야 한다고 하는데.
"한은의 회사채 직접매입은 법적으로 제한돼있다. 다만 지금 시장의 유동성 수요 전액은 저희들이 제한 없이 공급하고 있다. 국고채의 경우도 저희들이 국고채 수급안정, 시장 안정을 위해서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매입할 계획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최근 한은의 문제의식이 안일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특히 금통위원들은 모두 국내외 경제금융상황이 매우 엄중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를 넘어서는 충격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과거에도 하지 않았던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지만, 소위 중앙은행에 부여된 권한 범위 안에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보니까 시장의 기대하고는 괴리가 있는 것 같다. 미 연준의 조치를 거론하면서 비교하는 경우도 있는데 미 연준 조치도 어느 것 하나 중앙은행 권한의 범위를 넘어선 게 없다. 각국 제도가 달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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