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결 임박설 돌던 한·미 방위비 협상, 트럼프가 미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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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이 부담할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정하는 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 타결을 위해 양국이 액수를 놓고 막판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분담금 총액 놓고 막판 힘겨루기 #미국 “서두르다 나쁜 합의 안 된다” #정은보 대표 “상당한 의견 접근” #인상돼도 수십억 달러는 아닐 듯

1일 정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양국 실무협상팀은 조만간 타결을 목표로 주요 쟁점들에 대한 조율을 계속하고 있다. 이날부터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약 4500명이 무급휴직에 들어가며 조기 타결에 대한 필요성은 더 커진 상황이다. 전날 한국 측 협상 대표인 정은보 대표도 “타결을 위한 막바지 조율 단계에 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건은 역시 총액이다. 미국은 협상 초기 한국이 현재 분담하는 금액의 5배에 이르는 약 50억 달러(약 6조원)를 요구하다 40억 달러까지 요구액을 낮췄다. 미국 입장에선 20%나 낮췄다고 하지만, 여전히 전년도 분담금의 4배에 해당하는 많은 금액이다. 한국은 기존의 인상률이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10차 SMA 때는 전년 대비 8.2% 인상에 협상이 타결됐다.

이와 관련, 정은보 대표는 “양측 간에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혀 어느 정도 이견이 해소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은 “한국 측은 원칙을 지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소 인상 되더라도 미국 측이 요구한 수십억 달러 선은 아니라는 분위기다.

또 다른 쟁점은 방위비의 세부 항목이다. SMA에는 한국이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등 세 항목만 지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미국 측은 이번 협상에서 한반도에 순환 배치되는 병력의 이동 비용 등 역외 비용까지 부담하라고 요구했다. 한국은 이에 기존 SMA의 틀에서 벗어나선 안 된다고 맞서 왔다. 일각에선 한국은 방위비 분담금 총액을 초기 입장보다 높이고, 미국은 새로운 항목 신설 요구를 철회하는 식으로 서로 주고받으며 타결을 모색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 내에선 미국 측이 지난 주말 정도에 무리한 요구에서 상당 부분 물러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통화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협력하기로 한 뒤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분위기는 좀 다르다. 한국 언론들이 1일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쏟아낸 것과 달리 미국 언론들은 방위비 협상 관련 보도 자체를 거의 하지 않았다.

미 NBC 뉴스는 데이브 이스트번 미 국방부 대변인이 1일(현지시간) “협상이 빨리 타결될수록 좋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협상을 맡은) 국무부가 서두르다 나쁜 합의를 하지는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는 공평한 방위 분담을 위한 올바른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국방부 대변인의 공식 언급인 만큼 이는 백악관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입장에는 큰 변화가 없는 셈이다.

NBC는 “지난달 31일 오전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수천 명의 무급휴직을 막기 위해 백악관을 찾았다”고 전했다. 보도대로라면 두 장관의 만류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타결보다 무급휴직을 택했다는 뜻이 된다.

위문희·이유정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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