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1200명·이탈리아 350명…전세계 한국인 '귀국 러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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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각국이 국경 봉쇄에 나서면서 고립을 우려한 한국인들의 ‘탈출 러시’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탈리아 350여명, 페루 140여명 귀국 희망

18일 외교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전날 필리핀 정부가 수도 마닐라를 포함한 루손 섬에 봉쇄령을 내리면서 한국으로 귀국을 희망하는 인원은 1200명가량이라고 한다. 루손 섬 체류 한인들은 5만~6만여 명인 것으로 추정돼 앞으로 희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필리핀 정부는 17일 0시부터 72시간 내 루손 섬을 벗어나는 것을 허용했고, 그 이후에는 육·해·공 이동로가 모두 막히게 된다.

확진자 수가 3만 명을 돌파한 이탈리아에는 북부 밀라노총영사관이 파악한 인원 350여명이 귀국을 희망하고 있다. 남미 페루에도 140명 정도의 한국인들이 귀국 비행편을 알아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중국 우한시에 봉쇄령이 내려졌을 때는 정부 차원의 임시 항공편(전세기)으로 교민들을 공수해왔다. 이스라엘·일본 크루즈선에도 정부 차원의 비행편을 투입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세계 각국에서 탈출 러시가 일어나면서 정부는 일단 자력 귀국을 원칙으로 세웠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18일 기자들과 만나 “현지 교통편을 통해서 귀국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게 기본”이라며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임시 항공편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의 이용률이 평소 대비 6분의 1 수준까지 떨어져 인천공항 정비고에 항공기들이 줄지어 있다. 김성룡 기자

이달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의 이용률이 평소 대비 6분의 1 수준까지 떨어져 인천공항 정비고에 항공기들이 줄지어 있다. 김성룡 기자

일단 하늘길이 완전히 막히지 않은 필리핀에는 항공사 협조로 기존 노선에 대형 항공기를 투입하는 방식으로 좌석수를 늘렸다. 외교부 당국자는 “페루는 인근 다른 나라에서 임시 항공편을 투입하는 경우가 있어 그편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알아보고 있다”며 “상황을 보며 임시 항공편 투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탈리아는 아직 공항을 완전히 막지는 않았고, 귀국 사유를 밝히면 공항으로의 이동이 가능하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대한항공이 임시 항공편을 띄우는 방안을 현지 한인회, 총영사관 등과 논의 중이라고 한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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