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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신청 후 '억'소리 나는 위자료 물어야하는 CEO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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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천억원 이혼 위자료

억 소리 나는 위자료를 청구 받은 사람은 자웨팅(贾跃亭), 한때 중국판 넷플릭스로 반짝였던 동영상스트리밍 업체 러에코(乐视, LeEco)의 CEO이다.

자웨팅(贾跃亭) [사진 바이두바이커]

자웨팅(贾跃亭) [사진 바이두바이커]

자웨팅은 러에코로 초반에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장악하는 듯 했다. 사업에 자신감이 생긴 자웨팅은 무리한 확장을 시도한다. 스마트TV 시장에 진출하거나 스마트폰 제조에 손을 뻗기도 했다. 굴지의 IT 기업 애플을 따라잡겠다는 의도였다. 무리한 비즈니스 확장에 러에코는 침몰의 늪에 빠진다. 매출보다 투자비용이 월등히 높았다. 실적 부진으로 이어진 그의 행보에 책임을 지고 2017년 사퇴하기에 이른다. 과도한 자신감이 부른 추락이다.

LeTV 前CEO 자웨팅(贾跃亭) [사진 소후닷컴]

LeTV 前CEO 자웨팅(贾跃亭) [사진 소후닷컴]

이후 자웨팅은 제2의 일론 머스크를 꿈꾸며 미국으로 향한다. 전기차 사업을 진행하며 미국에 정착한다. 눈부신 재기를 꿈꾸며 전기차 회사 패러데이 퓨처(Fereday Future; FF)를 차린다. 하지만 공격적 경영을 했던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FF도 자금난에 빠지고 만다.

Faraday Future 前CEO 자웨팅(贾跃亭) [사진 DingDing TV]

Faraday Future 前CEO 자웨팅(贾跃亭) [사진 DingDing TV]

자금난이 외부에 알려지자 주요 인력을 해고하는 등 본인 중심의 경영구조로의 탈바꿈을 시도한다. 중국 대기업 헝다(恒大)와의 협력관계를 추진하나 투자 계약 위반 소송 등으로 이마저도 무산된다. 새로운 투자자를 모색하여 중국 네이멍구 지역에 대규모 합작공장 건설도 투자하지만 회사 경영난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개인 부채 압박 등 코너에 몰린 자웨팅은 2019년 CEO 자리에서 내려온다.

작년 10월에는 미국 법원에 파산 신청을 진행했다. 중국에선 세계화에 앞장서는 인재로 주목받던 IT업계의 별이 지는 순간이다. 의문이 드는 부분은 그가 파산 신청 후, 자웨팅의 부인이 5억7100만달러(약 7천억원)를 이혼 위자료로 청구했다는 것이다. 기묘한 타이밍에 중국 네티즌들은 ‘재산 이전을 위한 가짜 이혼’이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한다.

자웨팅(贾跃亭)과 간웨이(甘薇) [사진 소후닷컴]

자웨팅(贾跃亭)과 간웨이(甘薇) [사진 소후닷컴]

자웨팅과 간웨이의 사랑

자웨팅(贾跃亭)과 간웨이(甘薇) [사진 소후닷컴]

자웨팅(贾跃亭)과 간웨이(甘薇) [사진 소후닷컴]

자웨팅은 러에코 사업을 시작한 2004년에 간웨이(甘薇)를 만났다. 당시 간웨이는 대학교에 재학 중이었다. 두 사람은 2014년 조용히 결혼을 치른다. 결혼 전 연애 과정은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다. 류창둥(刘强东)과 밀크티녀로 유명한 장저톈(章泽天)이 화려하게 만나 결혼했던 모습과는 비교되는 행보였다.

2014년은 자웨팅의 러에코 사업이 승승장구하던 시기이다. 러에코는 콘텐츠 제작유통에서 하드웨어 제조까지 다양한 분야에 손을 뻗고 있었다. 영상 산업과 스마트 디바이스 기반으로 러에코 생태계를 만들었다. 간웨이는 배우로 활동하고 있었다. 배우 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프로듀서로 영화 제작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자웨팅은 간웨이를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태자비승직기(太子妃升职记)*〉가 저비용 고수익으로 성공하자 간웨이도 어엿한 영화 제작사(LeYoung Pictures)의 CEO로 이름을 알린다.

*태자비승직기(太子妃升职记): 중국 동영상 사이트 Letv의 자체 제작 웹드라마. 바람둥이 장붕이 물에 빠져 천 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태자비 장봉봉으로 눈을 뜨면서 '여자의 몸, 남자의 영혼'을 가진채 황궁 생활에 적응하며 자신을 지키기 위해 황위 쟁탈전에 발을 들이게 되는 이야기.

간웨이(甘薇) [사진 소후닷컴]

간웨이(甘薇) [사진 소후닷컴]

고난의 시작

가운데 스마트폰을 들고 사진 촬영 중인 자웨팅(贾跃亭) [사진 소후닷컴]

가운데 스마트폰을 들고 사진 촬영 중인 자웨팅(贾跃亭) [사진 소후닷컴]

2015년 시나닷컴이 발표한 〈500대 부자 리스트(新财富500富人榜)〉에 이름을 올리는 등 영광의 시간을 보낸 것도 잠시, 러에코는 곧 내리막길을 걷는다. 2016년 러에코의 스마트폰 사업은 화웨이 등 쟁쟁한 경쟁사들에게 밀려 큰 손실을 입는다. 이 일을 계기로 러에코가 수십억 달러의 빚이 있다는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러에코 생태계에도 위기가 닥친다.

자웨팅은 투자자와 채무자들에게 치이다가 러에코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많은 사람들은 두 사람의 애정전선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 예견했다. 예상과 달리, 두 사람의 사랑은 오히려 돈독해졌다. 자웨팅은 새로운 자동차 사업인 패러데이 퓨처를 키우기 위해 미국으로 넘어갔고, 중국에 남은 간웨이는 자웨팅을 대신해 부채 삭감에 힘을 보탠다. 보유 주식을 매각하는 등 러에코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기러기 아빠 생활에도 변함없이 애정 과시···
파산 신청 후, 갑작스러운 이혼 신청

자웨팅(贾跃亭)이 간웨이(甘薇)의 35세 생일을 축하해주고 있다. [사진 소후닷컴]

자웨팅(贾跃亭)이 간웨이(甘薇)의 35세 생일을 축하해주고 있다. [사진 소후닷컴]

두 사람이 떨어져있는 동안 간웨이는 개인 웨이보계정에 근황과 부채 정리 상황을 공유했다. 남편 자웨팅과 본인에 대한 기사를 트윗하거나 관련 글을 올리며 변함없는 애정을 뽐냈다.

남편이 가장 힘든 시기에도 두 사람의 관계는 변함없었다는 의미이다. 두사람의 관계에 대한 의혹이나 스캔들 기사조차 없었다. 조 단위의 부채도 갈라놓을 수 없던 두 사람의 사랑이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았는데, 갑작스러운 이혼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타이밍도 절묘했다. 파산 신청 후 바로 이혼 신청을 했다. 그리고 4개월 후 간웨이는 한화 7천억원에 상당하는 위자료를 청구한다.

지나치게 타이밍 좋은 위자료 소송에 중국 네티즌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이혼을 수긍하는 네티즌들은 "지속된 악재에 드디어 두 사람의 관계가 틀어졌고, 서로 등을 돌렸다"고 말한다. 일부 네티즌은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饿死的骆驼比马大)", "자웨팅은 여전히 자금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이혼은 단지 자금이동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라고 주장한다.

자웨팅이 이혼 소송 8개월 전부터 두 차례에 걸쳐 51만 달러(약 6억원)을 ‘가정비용(家庭费用)’이라는 명목으로 간웨이의 계좌에 보낸 점도 의혹을 증폭시키는 이유 중 하나이다. 간웨이는 개인 웨이보계정에 "코로나 사태에 관심을 기울여달라(能不能,请你把心思花在疫情上,同心协力,为国家和疫情做出贡献。)"고 부탁했다. 그 외에 두 사람은 이혼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상태이다. 각자도생의 결과물인지, 재산이동을 위한 수단인지 정확한 판단은 시기상조인 듯 하다.

글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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