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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파타스, 재난소득을 소상공인에게 줘 일자리 지켜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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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풀뿌리를 살려야 한다.”
프랑스 경영대학원 인시아드(INSEAD) 안토니오 파타스 교수(경제학)가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과 공동으로 논문과 보고서를 자주 발표하는 거시경제학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의 피해를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를 알아보기 위해 싱가포르의 그의 연구실에 전화를 걸었다.

프랑스 경영대학원 인시아드(INSEAD) 안토니오 파타스 교수는 정부가 현금을 주더라도 소상공인에게 지급해 일자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경영대학원 인시아드(INSEAD) 안토니오 파타스 교수는 정부가 현금을 주더라도 소상공인에게 지급해 일자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이 국경을 닫고 있다.
“비상 상황이다. 몇 주 또는 몇 달 동안 인간의 움직임이 멈출 듯하다. 경제 주체의 생존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대기업은 자체 자금력 등을 바탕으로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소상공인은 살아남기 어렵다.”
대형 항공사들도 구제금융이 없으면 5월 안에 대부분 파산한다는 경고도 있다.
“항공사는 해당국의 군사전략과도 관련이 있다. 정부가 쉽게 구제에 나설 수 있다. 과거에 구제해본 적도 있다. 하지만 서울이나 로마, 런던 거리의 레스토랑엔 손님이 거의 없다. 경제의 풀뿌리가 망가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엔 통화정책 효과 떨어진다

전염병 사태의 특징인가.
“우리가 익숙한 경제위기는 우선 금융회사가 무너진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는 소상공인들이 가장 먼저 그리고 큰 피해를 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네 번째 양적 완화(QE4) 등을 시작했다.
“중앙은행이 쓸 수 있는 카드를 다 꺼내 보였다. 하지만 금리를 내리고 달러 공급을 늘린다고 바이러스 두려움이 사라지진 않는다. 통화정책 한계가 분명한 상황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헬리콥터 벤’이 아니라 ‘헬리콥터 도널드(트럼프)’가 떠야 한다. 이번 위기는 재정정책이 통화정책보다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

파타스 교수와 인터뷰는 미국이 최대 1조2000억 달러에 이르는 경기부양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 직전에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파타스 교수의 바람대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재난소득 또는 기본소득(UBI) 등을 말하는 것인가.
“상표가 중요한 게 아니다. 경제의 풀뿌리를 살려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현금을 줄 때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직접 주는 게 좋다.”

'일자리 풀뿌리'를 살려야 경제가 되살아난다 

국민에게 직접 주는 것과 어떻게 다를까.
“기자가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지금 직원들을 해고할 수밖에 없다. 해고한 직원을 다시 고용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정부가 소상공인들에게 직접 현금을 주면 고용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경제의 연쇄 고리가 유지돼, 파급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
고용 채널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는 말인가.
“레스토랑이 망해 ‘일자리 줄기세포’가 사라지면 다시 창업하기도 어렵다. 앞서 소상공인이 경제의 풀뿌리라고 했는데, ‘일자리 풀뿌리’이기도 하다. 이 뿌리는 살려놓아야 한다.”

당분간 인플레·재정위기는 걱정 없다

파타스 교수의 제안은 영국 방식이다. 17일(현지시간) 영국은 소상공인에게 긴급 자금을 지원하며, 현찰 2만5000파운드(약 3750만원)를 주기로 했다. 게다가 각종 세금을 미뤄주었다.

늘 나오는 반론이다. 중앙은행이 돈 풀고 있는데 인플레이션 가능성은 없을까.
“인플레이션 경고는 상당히 정파적인 말이다. 아주 보수적인 이론가와 정책 담당자들이 실제 상황 대신 미래 가능성을 근거로 경고한다. 중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일어날 수는 있다. 한국이나 미국의 물가 상승률을 보면 당분간 인플레이션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각국 재정위기도 걱정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국가부채 액수보다는 해마다 갚아야 할 이자를 주목해야 한다. 초저금리 시대 각국 정부가 채권자들에게 줘야 할 이자는 많지 않다. 재정위기도 당분간 큰 문제가 아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안토니오 파타스

스페인 출신 경제학자다. 1987년 스페인 동부에 있는 발렌시아대를 졸업했다.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 워싱턴의 조지타운대와 프랑스 인시아드에서 경제학 교수로 일하고 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자문 교수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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