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화상 카메라 켠 노량진 학원…아래층 PC방은 마스크 실종

중앙일보

입력

17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의 한 약국 앞에 마스크를 사려는 시민들의 긴 줄이 섰다. 인근 대부분 학원이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입장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남궁민 기자

17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의 한 약국 앞에 마스크를 사려는 시민들의 긴 줄이 섰다. 인근 대부분 학원이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입장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남궁민 기자

"들어가실 때 손 소독제로 손 씻으세요. 마스크 착용 안 하면 입장 못 합니다"

17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의 한 공무원 학원의 입구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공항이나 의료기관에서 볼 수 있는 열화상 카메라가 체온을 측정하고, 학생들은 소독제로 손을 씻고 강의실로 들어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에 따라 지난달 말 정부 권고에 따라 휴원에 들어갔던 학원 상당수가 이번주 들어 문을 열고 있다. 이날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전날 서울 시내 학원·교습소 휴원율은 23.8%(6001곳)로 지난주 금요일(13일) 대비 18.3%포인트 줄었다. 휴원했던 학원의 절반가량이 문을 연 것이다.

경영난·학생 요구에 문 연 학원들…열화상 카메라로 체온 측정

201특공여단 장병들이 지난15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대구 중구의 한 학원에서 방역을 하고 있다. [뉴스1]

201특공여단 장병들이 지난15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대구 중구의 한 학원에서 방역을 하고 있다. [뉴스1]

학원들은 "학생·학부모의 요구 때문에 다시 문을 열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메가스터디 관계자는 "지난주에 학생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90% 이상이 개원을 찬성했다"고 말했다. 강사 임금과 임대료 등 경제적 부담을 더이상 견디기 힘들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노량진 학원가에서 만난 경찰공무원 준비생 박동석(24)씨는 "코로나19가 걱정되긴 하지만 시험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준비를 계속할 수 밖에 없다"면서 "학원도 나름대로 방역을 하는 것 같아서 불안하지만 출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을 연 학원들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이날 노량진 일대 학원 10곳을 둘러본 결과 모두 학원 입구에 열화상 카메라와 손 소독제가 준비돼 있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학원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학원가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학생은 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학원에 가는 대신 온라인 수강을 택하는 수강생도 많았다. 공무원 준비생 김모(25)씨는 "코로나19 걱정에 스터디 모임도 그만두고 학원도 가지 않고 있다"며 "요즘은 대부분 현장 강의와 온라인 강의 수강권을 함께 사기 때문에 집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원업체 ST유니타스 관계자는 "어제부터 개원했지만 출석률은 평소의 30% 수준이다. 대신 온라인 강의를 듣는 학생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학원가 PC방엔 마스크 벗은 학생 '바글바글' 

17일 오후 2시쯤 찾은 한 대형학원 지하 1층에 있는 PC방. 남궁민 기자

17일 오후 2시쯤 찾은 한 대형학원 지하 1층에 있는 PC방. 남궁민 기자

마스크를 대부분 착용하고 발열 유무를 체크하는 학원과 달리 인근 PC방과 노래방은 마스크를 쓰지 않는 이들이 많았다.

이날 오후 2시쯤 기자가 방문한 공무원학원 지하의 한 PC방은 약 200여석의 좌석 가운데 절반가량이 차 있었다. 이용객 대부분은 20~30대였다. 몇몇 이용객은 학원을 마치고 온 듯 테이블 위에 가방을 올려놓고 게임에 열중했다.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은 10명 중 1~2명에 그쳤다. 마스크를 턱에 걸고 있거나 키보드 위나 모니터 앞에 던져 놓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빽빽하게 앉은 이용객들은 다른 이용자와 대화를 나누거나 고성을 질렀다.

PC방 점원은 "손 소독제도 두고 이용을 마친 자리를 닦고 있다"면서 "노력은 하고 있지만, 워낙 이용객이 많아 관리가 쉽진 않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의 한 PC방. 약 100석의 청소년석 가운데 70석 정도가 찼다. 남궁민 기자

지난달 25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의 한 PC방. 약 100석의 청소년석 가운데 70석 정도가 찼다. 남궁민 기자

최근 집단 감염 사례가 발견된 코인노래방도 사정은 비슷했다. 학원 주변에 있는 한 코인노래방에서 학생들이 노래를 부르고 나왔지만, 소독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부분 코인노래방이 무인으로 운영하고 있다.

PC방·노래방을 이용한 많은 학생이 다시 학원으로 향하고 있어 방역에 구멍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서울 동대문구 세븐PC방에서 17일 기준 확진자 13명이 무더기로 나오면서 집단 감염 우려가 현실화됐다.

이날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시내 PC방·노래방 가운데 62.9%(6437곳)가 여전히 영업하고 있다. 지난 11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PC방·노래방 등 다중이용시설에 휴업을 권고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