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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싹쓸이 자신한 호남서 '내부 총질'…재경선·탈당 파열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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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  4ㆍ15 총선에서 싹쓸이를 자신하는 호남은 더불어민주당 바람대로 될 것인가.
여론 지표상으로는 민주당 지지세가 뚜렷하지만 최근 호남 경선이 잇따라 ‘내부 총질’ 양상으로 흐르면서 당내 경보음이 커지고 있다. ‘공천=당선’이란 인식 속에 당내 경선 곳곳이 파행으로 얼룩지며 빚어내는 총성음이다. 일부 지역에서 탈당 후 무소속 출마 움직임까지 일자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6일 “공천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영구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을 탈당한) 그 분들이 당선되면 복당하겠다는 선거운동을 하는데 제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취지를 전했다.

호남 지역 이외에도 ‘세습 공천’ 논란 끝에 경기 의정부갑 출마를 포기했다가 이날 민주당을 탈당한 문희상 국회의장 아들 문석균씨와 서울 동대문을에서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민병두 의원 등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이 대표 본인도 2016년 총선에서 공천 배제된 데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당선 후 복당한 과거가 있다.

광주 광산갑에 출마한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관계자인 정수명(왼쪽)씨가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의실 앞에서 경선 결과에 항의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광주 광산갑 경선에서 이용빈 예비후보는 이석형 예비후보에게 패배해 재심을 신청했지만 12일 기각됐다. [뉴스1]

광주 광산갑에 출마한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관계자인 정수명(왼쪽)씨가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의실 앞에서 경선 결과에 항의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광주 광산갑 경선에서 이용빈 예비후보는 이석형 예비후보에게 패배해 재심을 신청했지만 12일 기각됐다. [뉴스1]

광주ㆍ전남 18곳 중 6곳에 재심신청

지역 경선에서 불거진 잡음은 조직 균열로 현실화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박종균 광주 동구의회 의장은 16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을 선언했다. “광주 동남을 지역위원회는 민주당 이병훈 후보가 지역위원장이 된 이래 낡은 정치 관행이 계속돼왔다”면서다. “새 역할”을 언급한 그를 두고 지역 정가에선 이 지역 현역인 박주선 민생당 의원 지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호남 지역구 28개 가운데 7개 선거구에서 재심이 신청됐는데, 범위를 광주ㆍ전남으로 좁혀보면 18곳 중 6개 지역구에서 재심신청이 접수됐을 만큼 잡음이 컸다. 광주에서 재심신청이 인용된 광산을은 민형배 예비후보와 박시종 예비후보 간 불공정 경선 논란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 당초 경선에선 박 예비후보가 이겼지만 “권리당원 명부를 불법 조회한 타 후보 측과 손잡고 불공정 경선을 벌였다”는 민 예비후보 측 재심 요구가 받아들여져 17~18일 재경선이 치러진다. 두 예비후보 간 감정의 골이 깊어 재경선 후에도 여진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가 '권리당원 불법 조회' 논란을 빚은 광주 광산을 선거구에 대해 재경선을 결정한 가운데 이 지역에 출마한 민형배 민주당 예비후보가 16일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형 일자리'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가 '권리당원 불법 조회' 논란을 빚은 광주 광산을 선거구에 대해 재경선을 결정한 가운데 이 지역에 출마한 민형배 민주당 예비후보가 16일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형 일자리'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가 '권리당원 불법 조회' 논란을 빚은 광주 광산을 선거구에 대해 재경선을 결정한 가운데 이 지역에 출마한 박시종 예비후보와 그를 지지하는 권리당원들이 지난 10일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경선 결정에 항의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가 '권리당원 불법 조회' 논란을 빚은 광주 광산을 선거구에 대해 재경선을 결정한 가운데 이 지역에 출마한 박시종 예비후보와 그를 지지하는 권리당원들이 지난 10일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경선 결정에 항의하고 있다. [뉴스1]

이석형 예비후보 공천이 확정된 광산갑도 후유증이 불가피하다. 경선에서 진 이용빈 예비후보가 “불법 선거”라며 검찰에 고발하고 재심을 요청했지만 중앙당에서 기각되자 이번엔 시민단체 ‘2020 광주시민행동’이 나서 재경선 실시를 촉구했다. 이용빈 예비후보는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고민 중이다. 이밖에 경선 패배 후보자 측에서 각각 “신천지와 관련됐다는 가짜뉴스가 배포돼 경선에 영향을 줬다”, “허위사실이 유포됐다”며 재심신청을 한 광주 동남갑(윤영덕 예비후보 공천)과 북을(윤영덕 예비후보 공천)도 기각되긴 했지만 후유증이 적지 않다.

해룡면 떼어내기 후 전남 동부벨트 ‘들썩’

전남 동부벨트도 들썩이고 있다. 우선 민주당이 영입 인사인 소병철 전 법무연수원장을 순천-광양-곡성-구례갑에 전략공천하기로 결정하자 이 지역에서 표밭을 일군 예비후보 반발이 거세다. 무소속 출마설까지 나오는데 노관규 예비후보는 “18일까지는 결정할 것”이라고 했고, 서갑원 예비후보는 16일 일단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도 “당내 패권세력과 싸우겠다”고 했다. 최근 선거구 조정으로 순천시 해룡면 인구 5만5000여명을 인근 광양으로 떼어내게 되면서 순천 지역 시민들은 물론 인근 광양 지역 민심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수갑에서는 당초 여론조사에서 앞서나갔음에도 당 공천관리위에서 공천 배제된 주철현 예비후보가 낸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져 17~19일 주 예비후보와 강화수ㆍ김유화 예비후보가 참여하는 3인 경선이 벌어진다.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에서도 불공정 경선 논란이 제기돼 한명진 예비후보가 재심청구를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순천-광양-곡성-구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순천-광양-곡성-구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전북에선 전주을이 시끄럽다. 지난달 21일 민주당 중앙당에서 컷오프된 최형재 예비후보는 당 공천을 받은 이상직 예비후보에 맞서 지난 2일 탈당 후 무소속 출마했다. 남원-임실-순창에서 이강래 예비후보에 석패했던 박희승 예비후보는 허위사실 유포 등 혐의를 이유로 재심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이원택ㆍ윤준병 예비후보가 각각 단수후보로 공천된 김제-부안, 정읍-고창은 해당 지역에서 경선을 준비했던 예비후보들의 반발을 샀다.

“‘공천=당선’ 민주당 오만” 프레임 짜는 민생당

호남 지역 정가에선 민주당이 높은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와 정당 지지율을 믿고 예선에서 이기면 곧 당선이란 인식 속에 경선 과열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비판이 나온다. 내부 총질의 여파는 민주당 입장에서 현실화된 악재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광주 지역 경선에서 떨어진 민주당 상대 후보 상당수가 자당 후보를 돕는 대신 “이번 21대 총선이 마지막”이라는 경쟁 정당 다선 후보를 물밑 지원하고 그 대가로 ‘22대 총선 도모’를 노린다는 얘기가 들린다. 광주 지역구 의원 중 민생당 천정배(서을ㆍ6선), 김동철(광산갑ㆍ4선), 박주선(동남을ㆍ4선), 장병완(동남갑ㆍ3선) 의원 등 상당수가 3선 이상 다선 의원들이다.

지난 12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 민생당 광주 지역구 의원들이 마스크를 쓴 채 방명록을 쓰려고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 민생당 광주 지역구 의원들이 마스크를 쓴 채 방명록을 쓰려고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내분 틈새를 파고드는 건 호남에서 민주당과 1대1 구도로 경쟁하는 민생당이다. 민생당은 “민주당의 오만을 심판해달라”며 반민주당 정서를 자극하는 동시에 지역에 오래 뿌리를 내린 자당 후보의 ‘인물 경쟁력’을 앞세워 민주당 우위구도를 허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민주당 광주시당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모처럼 호남 지역 옛 영토를 수복할 기회였는데 네거티브가 너무 극심한 상황”이라며 “높은 지지율에 취했다는 오만 프레임이 작동하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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