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반찬 늘리고, 골프장 산책로 개방하고…軍, ‘코로나 블루’와의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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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이 ‘코로나 블루(코로나 전파에 따른 우울감)’ 극복을 위해 색다른 식단과 여가활동 기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로 맞서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달 22일부터 실시된 전 장병의 부대 밖 이동과 면회 제한 조치가 사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6일 군 당국에 따르면 각 군은 지난 4일 영내 대기 장병들의 스트레스 해소 방안을 강구하라는 국방부의 지침을  받고 ‘심리 방역’에 나서고 있다.

육군의 경우 최근 일선 부대에서 충성클럽(PX)의 주말 운용시간을 1~2시간 확대하고 삼겹살 파티를 자주 열고 있다고 한다. 민간인 접촉이 차단된 사격훈련장에서 사격훈련을 늘린 부대도 있다. 스트레스 관리뿐 아니라 전투력 유지를 위해서다.

해군 장병들이 ‘면역력 향상 식단’으로 구성된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 해군]

해군 장병들이 ‘면역력 향상 식단’으로 구성된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 해군]

해군은 ‘면역력 향상 식단’을 내세워 장병들의 사기 진작을 꾀하고 있다. 미나리 삼겹살 비빔밥, 표고  찜닭, 한우 갈비찜, 소금 대하구이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보양식이 제공되고 있다. 홍삼즙, 홍삼 젤리, 한라봉 등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후식도 식단에 올랐다. 해군은 또 예방적 격리 조치로 영내에 머무는 함정 승조원들에게 DVD, 신문, 도서 등을 수시로 제공하고 있다. 문화·여가생활로 고립감을 이겨내라는 의미다.

공군 19전투비행단 장병들이 점심식사를 마친 후 개방된 부대 체력단련장을 산책하고 있다. [사진 공군]

공군 19전투비행단 장병들이 점심식사를 마친 후 개방된 부대 체력단련장을 산책하고 있다. [사진 공군]

공군은 도시락 데이를 잇따라 열고 외부 음식을 제공했다. 공군 18전투비행단과 공군 1전투비행단은 돼지불고기, 새우튀김, 돈가스 등 선호도가 높은 메뉴로 도시락을 만들어 장병들에게 제공했다.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취지도 담아 이들 도시락을 지역 업체로부터 구매했다고 공군 측은 설명했다. 또 공군 10전투비행단은 주말 식사 중 한 끼를 치킨, 햄버거, 떡볶이 등 특식으로 구성하고 있다.

공군은 또 부대 내 체력단련장(9홀 골프장)을 장병에게 개방하는 방안을 내놨다. 코로나19 사태로 지난달 25일부터 골프 라운딩 등 운영이 중지된 이곳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병사들 역시 점심시간과 일과 후 시간에 골프장 산책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군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장병들의 사기와 건강 증진 방안을 더 깊이 생각하게 됐다는 얘기가 일선 부대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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