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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감염 미리 막자” 요양원 확진자 없어도 셀프 격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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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경기 수원시립노인전문요양원은 지난 7일부터 15일까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자체 코호트 격리에 들어갔다. 출입구에 ‘코호트 격리’를 알리는 알림판이 붙어있다. [사진 수원시]

경기 수원시립노인전문요양원은 지난 7일부터 15일까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자체 코호트 격리에 들어갔다. 출입구에 ‘코호트 격리’를 알리는 알림판이 붙어있다. [사진 수원시]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에 있는 수원시립노인전문요양원은 요즘 한적하다. 찾는 사람이 없어서다. 그나마 오가는 사람은 식자재를 납품하는 업체 관계자들 정도다. 이들도 입구에 식자재가 담긴 상자를 놔둘 뿐 건물 근처로 접근하진 않는다. 이 상자도 요양원 직원들이 꼼꼼하게 소독을 한 뒤 안으로 가지고 들어간다. 지난 7일부터 이랬다. 집단 격리(코호트 격리) 중이기 때문이다.

수원시립노인요양원 코호트 격리 #“모두 지병있어 코로나 걸리면 큰일” #간호사 등 전 직원 동의 얻어 시행 #경북·대구도 예방적 방역 도입

집단 격리됐지만 이 요양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단 한 명의 확진자도 없다. 예방적 코호트 격리다. 김영기 원장은 10일 “현재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이 모두 145명인데 전부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 입소하신 분들이라 기저질환(지병)을 가지고 있다”며 “이 중 60여분은 휠체어도 타지 못할 정도로 침상생활을 하시는데 코로나19에 감염되면 큰일이라 예방적 차원에서 자체 코호트 격리를 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예방적 코호트 격리에 나서는 곳이 늘고 있다. 주로 면역력이 약한 고령층이 많은 요양원이나 집단 감염 위험이 큰 사회복지시설 등이다. 코호트 격리는 전염병 전파 가능성이 있는 환자와 의료진 등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 격리하는 방역 조치다. 물·식료품과 같은 생활필수품은 지자체 등에서 지원한다.

수원시립노인전문요양원의 코호트 격리 기간은 오는 15일까지 총 9일간이다. 이 기간에 외부인들은 요양원에 출입할 수 없다. 요양원 직원들도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이 요양원의 직원은 모두 93명이다. 요양원은 코호트 격리를 하기 전 직원에게 의사를 물었다고 한다. 간호사와 요양보호사, 물리치료사·조리사·행정직원 등 81명이 흔쾌히 동의했다. 나머지 12명은 코호트 격리에는 동의했지만 육아 등 문제로 난색을 보였다고 한다. 휴가 등 집에서 쉬는 방식으로 사실상 코호트 격리에 참여했다. 김 원장은 “직원 수가 많기도 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직원도 많아서 아무리 개인이 조심한다고 해도 코로나19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며 “직원 모두 동의해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예방적 코호트 격리에 나서는 요양시설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수원지역에는 57개의 요양시설이 있는데 3곳이 추가로 코호트 격리를 신청했다고 한다. 이들 시설도 경기도의 승인을 받으면 2주 정도 자발적 코호트 격리에 돌입한다.

경기도도 요양원이나 장애인시설 등에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권고하고 있다.  인천시는 최근 노인·장애인 등의 생활시설과 의료기관 총 540개소에 대한 ‘예방적 코호트 격리에 준하는 시설 안심보호 조치와 공무원 1대 1 밀접전담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경상북도는 지난 9일부터 지역 사회복지시설 566곳에 대한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시작했다. 오는 22일까지를 ‘코로나19 대응 총력주간’으로 선포하면서다. 경북도는 지역의 사회복지시설마다 사정이 다양하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일괄적으로 코호트 격리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경북도는 시간 외 수당, 급식비, 재해구호법에 따른 특별근무 위로금 등을 지급해 종사자들에 대한 보상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예방적 코호트 격리 시행 전 종사자들에게 마스크 2만6000매를 배부하고 10일 6만5000매를 추가로 나눠줬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을 통해 생필품도 지원하기로 했다.

대구시는 10일 지역내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예방적 차원의 코호트 격리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곳인데 경북 등 타 시·도보다 집단감염 가능성이 높은 시설에 대한 방역 조치가 느슨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최모란 기자, 대구·안동=김정석·이은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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