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나가서 증거인멸 했나" 임종헌 보석심문 2시간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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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기소 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해 5월 30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기소 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해 5월 30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보석으로 나가서 증거인멸 우려가 현실화 된 게 있습니까” (임종헌 변호인)
“석방돼서 시도했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위험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겁니다” (검사)

임종헌(61)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보석 필요성을 따지는 심문에서 양승태(72) 전 대법원장이 소환됐다. 형사소송법이 정한 보석 허가 예외 사유인 ‘증거 인멸 우려’에 대해 검찰과 변호인이 상반된 주장을 펴면서 앞서 보석으로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는 양 전 대법원장 사례를 들었기 때문이다.

"석방되면 증거인멸? 입증가능하냐"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윤종섭)는 10일 오후 2시부터 임 전 차장의 보석심문을 열었다. 임 전 차장은 남색 양복에 일회용 마스크를 끼고 법정에 들어왔다.

 임 전 차장의 변호인은 “다수 국회의원과 판사가 증인인데 피고인이 회유한다고 회유가 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피고인은 1년 4개월 이상 구속돼 있었고 고혈압 등도 앓고 있다”며 건강상태도 보석이 필요한 이유로 들었다.

검찰은 반대 주장을 폈다. 증인들이 전ㆍ현직법관이고, 핵심 참고인들의 진술이 중요한 사건인데 임 전 차장이 보석될 경우 사건의 주요 증거가 왜곡되고 오염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취지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지난해 7월 22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양 전 대법원장이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오종택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지난해 7월 22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양 전 대법원장이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오종택 기자

증거인멸 우려에 대한 공방이 이어지다 양 전 대법원장 이야기도 나왔다. 임 전 차장 변호인이 “양 전 대법원장이 보석으로 나갔는데, 증거인멸 우려가 현실화 된 게 있느냐”고 물었다. 재판부도 이 부분을 포함해 검찰에 재반박을 주문했다.

검찰은 “증거인멸 우려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이)석방됨에 따라 그런 위험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고, 그래서 양 전 대법원장의 경우 많은 조건을 부과해 석방됐다”고 반박했다.

검찰의 반박에 임 전 차장이 직접 입을 열었다. 임 전 차장은 “피고인이 단순히 사실관계를 다투거나 검찰이 원하는 진술을 안했다는 것만으로 증거인멸의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1년 4개월 구속, 보석에 고려돼야하나

임 전 차장이 구속된 기간이 오래 됐다는 점도 하나의 쟁점이 됐다. 임 전 차장측은 “구속된 기간으로 따지면 1년 넘게 실질적으로 형벌을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주장했고 재판부는 이에 대한 검찰의 의견을 물었다.

검찰은 “구속 기간이 길어진 것은 피고인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답했다. 임 전 차장의 1심 구속 기간은 지난해 5월 발부된 추가구속영장을 고려해도 지난해 11월이면 만료됐어야 한다. 하지만 그해 6월 임 전 차장이 재판부 기피신청을 했고, 올해 1월 대법원 결론이 나기까지 기간은 구속 기간에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은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한 것은 피고인이고 항고와 재항고를 통해 대법원의 최종 기각 결정까지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본인 스스로 재판을 지연시킨 책임이 있고 증거 희석의 의도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양측 주장을 듣던 재판부는 “재판 장기화로 인한 변화를 묻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동안 경과한 시간 자체가 고려돼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을 내달라”고 말하고 심문을 마쳤다. 재판부는 양측의 추가 의견을 살펴본 뒤 보석허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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