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형오 ‘딱 죽기 좋은 계절’ 5개월 뒤…TK 공천 ‘피의 금요일’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676호 07면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 관 위원장이 6일 TK 공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 관 위원장이 6일 TK 공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여러분, 죽기 딱 좋은 계절입니다.”

김재원·강석호 등 현역 6명 탈락 #현역 불출마 더하면 61% 교체 #“홍준표·김태호 컷오프는 전초전” #주호영 전략공천, 김부겸과 대결

지난해 8월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현역 의원들을 향해 한 말이다. “여러분이 모신 대통령은 감옥에 가 있고 당 지지율은 계속 떨어진다. 모두 죄가 많으니 총선에 불출마하고 험지 출마 꿈이 있는 사람은 죽을 길을 택하라”면서다. 이 말은 5개월이 흐른 지난 1월 김 전 의장이 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은 이후 현실이 됐다는 얘기가 당에서 나온다.

실제로 6일 발표된 통합당 대구·경북(TK) 지역 공천에서 현역의원들이 무더기로 탈락했다. 공천 혁신의 바로미터로 꼽히던 곳이다. 당 공관위가 이날 발표한 23곳 가운데 현역의원 18명 중 6명이 컷오프(공천 배제)됐다. 현역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한 5곳을 더하면 모두 11명이 TK 지역에서 물갈이되는 셈이다. 현재까지 TK 교체 비율은 61%에 달한다.

경북에선 3선인 김재원(상주-군위-의성-청송) 정책위의장과 강석호(영양-영덕-봉화-울진) 의원, 초선인 백승주(구미갑)·김석기(경주) 의원이 컷오프됐다. 대구에선 초선 정태옥(북갑)·곽대훈(달서갑) 의원이 탈락했다. 당 안팎에선 “홍준표·김태호 후보 탈락은 전초전에 불과했다”거나 “피의 금요일”이란 말이 흘러나왔다.

김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진박이다, 아니다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 나름의 공정성과 기준·자료에 입각했다”며 계파에 따른 공천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컷오프 결정엔 ▶막말 논란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 ▶여론조사 결과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됐다고 한다. 컷오프 의원의 다른 지역 전환 배치에 대해 김 위원장은 “원칙적으로 우리 기준에 맞지 않는다”면서도 “그런 분이 있다면 신중에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TK는 전통적으로 통합당세가 강한 지역이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 보수 몰락에 대한 책임론 역시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당 총선기획단은 지역구 의원 30%를 컷오프하는 것을 포함해 현역의원을 50% 이상 물갈이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도 지난 1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TK 지역에) 눈물의 칼을 휘둘러야 하는 게 내 운명이다. 내가 악역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예고했다.

이석연 공관위 부위원장은 통화에서 “국민의 절대 명령은 TK를 물갈이하라는 것이다. 그래야만 돌아섰던 민심이 돌아온다고 봤다”며 “당과 보수 진영을 바르게 다시 세운다는 원칙을 갖고 개혁공천을 단행했다”고 말했다. 컷오프 의원의 무소속 출마 움직임에 대해선 “TK를 우습게 보는 행태로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당내에선 TK 현역의원의 무더기 컷오프가 가능했던 이유로 지난 4일 발표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을 꼽는 분석도 있다.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모이라’는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로 인해 반발 의원들이 쉽게 무소속 출마를 결정하지 못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날 곽상도(대구 중-남) 의원 등 현역의원 6명은 자신의 지역구에 그대로 공천을 받았다. 대구 수성을이 지역구인 4선의 주호영 의원은 옆 지역구인 수성갑에 전략공천돼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맞대결을 벌이게 됐다.

임이자(비례대표·초선) 의원은 김재원 정책위의장 지역구인 상주-군위-의성-청송 공천을 받았다.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는 뜻)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정태옥 의원 지역구(대구 북갑)엔 ‘1호 영입 인재’인 양금희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중앙회장이 추천됐다. 조원진 자유공화당 대표가 현역인 대구 달서병엔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단수 추천을 받았다.

김기정·박해리·이병준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