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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해야지 어쩌겠어요" 되레 격리 환자들이 날 위로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지원 칠곡 경북대병원 간호사 3-네 번째 근무를 마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 퍼지면서 지역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여기에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의료진들이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모두가 두려워할 때 손들고 나선 이들 중에는 만 4년차인 박지원(27) 간호사도 있다. 그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현장을 직접 뛰며 배워보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내비쳤다. 박 간호사의 눈으로 본 코로나19 현장의 모습을 연재한다.

네 번째 근무 날

[코로나 전사의 일기]

다른 병동에서 일하던 선생님이 근무 중 방역복이 조금 찢어졌다고 한다. 다급하게 건물 밖으로 나가 방역복을 벗고 샤워를 한 다음 새로운 방역복을 입고 병동에 들어오셨다고 들었다. 많이 찢어지지는 않았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감염 관리실에 연락했고 다행히 샤워 후 업무 복귀가 가능했다고 한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다들 놀랐던 것 같다.

지난 2일 대구 중구 동산동에 위치한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는 간호사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대구 중구 동산동에 위치한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는 간호사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방역복을 입을 때는 전동식 호흡장치(PAPR) 후드와 덴탈마스크를 착용하거나, 보안경과 N95 마스크를 착용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PAPR을 입으면 얼굴에 땀이 덜 차서 시야 확보가 잘 돼 움직이기 편하고, 고글이나 N95 마스크보다 얼굴이 덜 눌려서 좋다. 하지만 PAPR 기계가 가격이 비싸고 의료진 수만큼은 다 없어서 중환자실 우선으로 사용하고 남는 경우 병동 간호사들이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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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은 밖으로 나갈 수도, 창문이나 병실 문을 마음대로 열 수 없어서 하루 두 번 환기를 위해 창문 여는 시간을 참 좋아하셨다. 또 간식이 남아서 원하는 환자들에게 나눠주었는데 엄청 고마워하셔서 괜히 민망했다. 병실에서 꼼짝없이 계셔야 하니까 안 지겹냐고 물어보니 “그래도 적응해야지 어쩌겠어요”라고 하시며 웃으셨다. 빨리 퇴원하셔서 따뜻한 봄을 보내셨으면 좋겠다.

정리=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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