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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전사의 일기]“밤새 방호복 입고 돌아다니는 꿈, 병실은 황량한 무인도 같아”

중앙일보

입력

[김미래 칠곡 경북대병원 간호사 2]

대구 북구의 국가감염병전담병원인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150명이 격리돼 있다. 의사 31명과 간호사 121명 등 의료진 160명가량이 환자를 돌본다. 퇴직을 앞두고 안식년을 보내던 김미래(60ㆍ칠곡 경북대병원) 간호사는 남편의 지지에 용기를 내 코로나19 전선에 자원했다. 지난달 29일 51병동에 배치됐다. 예순의 베테랑, 최고령 김 간호사가 사투 현장에서 써내려가는 일기를 연재한다.

3월 2일

밤새도록 방호복을 입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꿈을 꿨다. 자는 둥 마는 둥….

코로나19와 싸우는 환자들과 간호사들. 병실은 황량한 무인도에 갇혀 생존에 필요한 최소의 식량만 공중에서 받아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고 감금된 느낌이다.

젊음으로 아름다운, 꽃 같은 나이에 누가 날 볼세라 큰 눈망울을 굴리며 두려워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그저 또래들끼리 웃으며 병원생활에 익숙해지는 것 같다. 나의 아이들과 같은 또래들….

조금이라도 다가가면 좋으련만 서로가 스치지 않으려고 경계한다.

김미래 간호사가 파견된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휴게실에서 간호사들이 근무 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 김미래]

김미래 간호사가 파견된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휴게실에서 간호사들이 근무 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 김미래]

긴박한 상황과 세균과의 전쟁이지만, 간호사는 그네(환자)들을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전인 간호를 할 수 없는 것이 너무 슬펐다.

휴게실에서는 맥주를 마시지 않으면 잠이 안 온다는 선생님들~
알코올 힘이 아니면 나와 같이 밤새 방호복을 입고 있는 느낌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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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간호사는 코로나19 현장에 간다고 하니 어린 아들이 ‘엄마 죽으러 가’라고 했다며 애써 웃어 보이고, 누구는 엄마가 커다란 과일바구니를 보내왔다며 가족들의 응원에 힘을 얻는다. 오늘도 인내하는 하루를 보냈다.

정리=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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