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여당의 비례 연합정당, 자가당착이자 국민 우롱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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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시민단체와 각계 원로 인사들이 모인 정치개혁연합(가칭)이 3일 중앙선관위에 창당준비위 신고서를 제출했다. 발기인으로 한완상 전 부총리, 함세웅 신부, 영화배우 문성근씨,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 등이 참여했다. 친여 세력이 정치개혁연합에 참여해 비례대표 후보를 파견한 뒤 총선 후 당선자들이 각 정당에 복귀하는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다. 참여 제안을 받은 민주당이 고심 중이다.

당초 비례대표 위성정당 창당으로 인한 비난을 피하기 위해 연합 정당으로 방향을 튼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각성하는 게 마땅하다. 당초 총선 승리를 예견하다 최근 여권에 대한 민심 이반이 급격하자 어떤 수를 쓰더라도 몇 석을 더 건져보겠다는 심산인 모양이나 이는 꼼수이자 국민을 우롱하고 스스로를 부정하는 처사다.

무엇보다 그동안 미래한국당 창당에 대해 그들은 너무 많은 비판을 쏟아냈다. “정말 코미디 같은 정치 현실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이인영 원내대표), “페이크 정당, 유령 정당, 속임수 정당 등 갖가지 평을 듣고 있다”(박광온 최고위원)고 했는가 하면 “쓰레기 정당”이란 말도 나왔다. 심지어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를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나. 그래놓고 비례 위성 연합정당에 참여할 것을 고민 중이라니 이게 말이 되는가. 국민 보기에 위성 정당 창당과 연합 정당 참여가 다르게 보이겠나. 선거법을 함께 강행 처리한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비례 민주당이든, 연합 정당이든 꼼수 정당”이라고 한 데 이어 그저께 윤소하 원내대표도 “민주당이 수구세력의 꼼수에 같은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모든 진보·개혁 세력의 비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노총·참여연대·경실련 등 570여 개 시민단체 연대체인 정치개혁공동행동 역시 “통합당의 위장정당 창당을 비판하고 고발까지 했던 민주당이 말을 뒤집고 ‘반칙에 반칙으로 맞서겠다’는 것은 선거제도 개혁을 내세웠던 민주당의 자가당착”이라고 지적했다.

온 국민이 코로나19로 인해 공포에 떨고 있다. 정부 여당의 무능으로 마스크 한 장 구하지 못하는 국민이 허다하다. 이런 국난의 와중에 집권 여당이 한다는 궁리가 고작 의석 몇 개 더 얻기 위한 얄팍한 꼼수인가. 민주당이 선거에서 이기려면 다시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한 번에 상황 반전을 꿈꾸는 꼼수가 아니다. 어떻게 하다 나라가 이 지경이 됐는지 돌아봐야 마땅하다. 국민 보기에 오만하고 독선적이지 않았는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