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코로나 엇박자···정세균 "무감염 인증제" 중대본 "위험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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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둘러싼 정부 부처간 엇박자가 이어지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제안했다고 알려진 코로나19 ‘무감염 인증제’에 대해서 보건당국이 “의미가 없고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판단을 내놓으면서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달 2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달 2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3일 오후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총리가 ‘무감염 인증제’를 제안했다. 외교부가 25개국과 협의하겠다고 했는데 실질적으로 가능한 것이냐”는 질문에 “다소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의견들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총리께서 ‘현장의 어려움을 어떻게 해소하는 데 좋은 방법이 없겠냐’라는 취지로 말했다. 취지를 최대로 반영하면서도 실제 집행 가능하면서 실행 가능한, 그리고 외국 정부로부터도 충분히 동의를 얻어낼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사실상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난색을 표한 것이다.

정 총리는 지난달 29일 한국인 입국금지 조치로 출장에 불편을 겪는 기업인 등을 위해 무감염 인증제 등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보라고 지시했다. 세계 각국이 한국발 입국객에 문을 걸어 잠그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국민이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을 정부가 인증하는 증명서를 줘 입국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약 25개국과 관련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경기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검역 당국 관계자가 열화상 감지 카메라로 중국발 여객선 입국자들의 발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경기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검역 당국 관계자가 열화상 감지 카메라로 중국발 여객선 입국자들의 발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김 차관이 “취지를 감안하되, 실행 가능한 방법이 뭔지를 실무적으로 논의하고 있고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무감염 인증’ 방식에 대해 여러 가지 논란의 소지도 있고 실무적으로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이어 열린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에서도 '무감염 인증제'에 대한 비슷한 답변이 나왔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은 “보건학적이나 의학적으로 볼 때 감염이 없다는 것을 인증한다는 것 자체는 사실상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권 부본부장은 “세계보건기구(WHO)는 26개국 이상에서 코로나19 지역감염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똑같은 지역감염국끼리 무감염 인증을 요구한다는 것은 보건학적으로 의미가 상당히 낮다”고 덧붙였다.

권 부본부장은 “총리가 말한 사례는 외국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의 방역체계를 오해하지 않도록 교류에 막힘이 없도록 하는 것이고, 그것이 방역당국의 역할”이라면서 “발열감시 하나만 가지고도 웬만한 위험을 피할 수 있다. 그런 것이 사실상 무감염 또는 우리나라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만약 외국에서 인증을 요구해 온다면 충분한 이론적 근거나 합리성을 제공해서 외교당국이 해당 국가와 얘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결국 정 총리가 던진 제안에 대해 실무를 담당하는 보건당국이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밝히면서 수습하는 모양새가 됐다.

방역당국과 정부의 엇박자는 이번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달 9일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당시 정 총리는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중국 후베이성 외 지역으로 입국 제한 조치를 확대할 것처럼 얘기했다.

그러나 2시간 30분 뒤 열린 중수본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현재 상태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 총리의 발언을 뒤집는 듯한 것으로 비쳐지기도 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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