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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 놓고 간 농부, 200만원 낸 할아버지'...코로나 기부 대열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8일 충북 괴산군 청천면사무소에 익명의 기부자가 현금 100만원과 손편지를 전달했다. [사진 괴산군]

지난달 28일 충북 괴산군 청천면사무소에 익명의 기부자가 현금 100만원과 손편지를 전달했다. [사진 괴산군]

익명의 농부와 80세 할아버지가 면사무소 등에 찾아와 돈을 놓고 가는가 하면 지방의회는 해외연수비를 반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에 동참한 도움의 손길이다.

충북 괴산, 익명 농부 100만원과 손편지 전달 #충남 서산, 80대 할아버지 시청찾아 돈 전달 #충남 부여군의회, 의정비 등 1억원 반납

3일 괴산군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6시쯤 한 남성이 청천면사무소를 찾아와 봉투를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 봉투 안에는 현금 100만원과 함께 직접 쓴 손편지가 있었다.

기부자는 편지로 “코로나19로 인해 마음고생이 많으리라 생각된다”며 “농사를 지으며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아 이렇게나마 고마운 마음을 전하려 합니다. 얼마 되지는 않으나, 어려운 일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모든 이들이 건강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 좋은 일에 써달라”고 했다.

당시 이 봉투를 전달한 사람은 자신을 ‘심부름꾼’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청천면사무소 직원이 기부자의 신원을 알려달라 했지만, 전달자는 “기부자가 이름을 말하지 말라고 했다. 신원을 밝히면 기부를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게 기부자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괴산군은 기부자의 뜻에 따라 신종코로나가 급속히 확산하는 대구시에 100만원을 전달하기로 했다. 노현호 청천면장은 “2017년 괴산에 물난리가 났을 때 대구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 후원금이 대구 시민들의 마스크 구매나 위생용품 구매에 쓰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서산시에 따르면 익명의 80세 할아버지가 지난 2일 시청을 찾아 편지와 함께 100만원을 기탁했다. 이 할아버지는 지난달 27일에도 대구시민을 위해 써달라며 현금 98만원을 놓고 갔다.

이 할아버지는 편지에서 "생명을 걸고 방역과 환자 치료에 힘쓰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많지 않은 돈이지만 코로나19 극복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충남 서산 80대 할아버지가 서산시청에 현금 109만원과 함께 놓고간 편지. [연합뉴스]

충남 서산 80대 할아버지가 서산시청에 현금 109만원과 함께 놓고간 편지. [연합뉴스]

마스크와 마스크 구매를 위한 성금 기부도 이어졌다. 지역 자동차 부품업체인 코넥은 지역 주민들에게 전해달라며 마스크 1000개를 고북면사무소에 기탁했고,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도 마스크 4000개와 손 소독제 150개를 시에 기탁했다.

지방의회도 나섰다. 충남 부여군의회는 해외연수 예산 전액과 정책개발비 일부 등 예산 1억원을 반납해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반납된 예산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대응 물품과 방역 장비 구매비, 취약계층을 위한 감염병 예방 지원비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송복섭 군의회 의장은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힘을 모으자는 뜻으로 내린 결정"이라며 "이번 역경을 헤쳐나가는 데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서산시의회도 사회 취약계층에 전해달라며 마스크 구매비 500만원을 기탁했다.

괴산·부여=최종권·김방현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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