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장관외교도 차질? 에스토니아 국방 한국행 일방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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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토니아 국방장관이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 예정됐던 한국행을 돌연 취소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에스토니아 측은 자국 장관의 건강 문제를 한국행 무산 이유로 설명했지만, 실제론 신종 코로나 감염 우려 때문에 한국 입국을 꺼린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19~22일 방한 일정 직전 연기 통보 #방산 협력, 한·에스토니아 회담도 무산

최근 방한을 돌연 취소한 유리 루이크 에스토니아 국방장관 [사진 위키피디아]

최근 방한을 돌연 취소한 유리 루이크 에스토니아 국방장관 [사진 위키피디아]

이날 군 당국과 방산업계에 따르면 유리 루이크 에스토니아 국방장관은 지난 19~22일로 예정된 한국 방문 일정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그는 이번 방문에서 방산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산 무기 수입을 논의하고, 지난 20일께 정경두 국방부장관과도 회담을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에스토니아 측은 방한 직전이 돼서야 일정을 연기하겠다는 뜻을 통보했다고 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지난주 초쯤 갑작스럽게 취소 통보를 받았다”며 “신종 코로나 때문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때는 신천지 대구교회가 신종 코로나 집단감염의 온상으로 지목되던 무렵이었다.

에스토니아 측은 한국 군당국을 향해선 자국 국방장관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을 뿐 그 이상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군 소식통은 “일방적인 통보가 외교 결례로도 여겨질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신종 코로나를 진짜 이유로 보는 군내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한국 방산업체는 지난해 9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국제 방산전시회 'DSEI 2019'에 참가하는 등 유럽 시장 개척에 공을 들이고 있다.[사진 한화 제공]

한국 방산업체는 지난해 9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국제 방산전시회 'DSEI 2019'에 참가하는 등 유럽 시장 개척에 공을 들이고 있다.[사진 한화 제공]

방산업계에선 이번 일을 계기로 유럽국가들이 한국 내 신종 코로나 사태를 얼마나 엄중하게 보는 지 드러났다는 말이 나온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의 군사적 팽창을 경계하고 있는 에스토니아 입장에선 한국과의 방산 협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 내 코로나 사태가 일정 취소 이유라면 그만큼 심각하게 상황을 받아들였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군과 방산업계는 신종 코로나 사태가 향후 방산외교 분야에서도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방산 수출 성공을 위해선 무기와 기술 자체의 성능뿐 아니라 국가간 관계도 중요한데, 신종 코로나 사태로 만남 자체를 꺼리면서 외교전에서 불리함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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