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표 그 발언 뒤 3배 늘었다···대구·경북 계란·라면 사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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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대구 남산동의 한 수퍼마켓 계란 진열대가 텅텅 비어있다. [사진 독자]

지난 21일 대구 남산동의 한 수퍼마켓 계란 진열대가 텅텅 비어있다. [사진 독자]

대구·경북 지역에서 생필품 사재기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확진자가 가장 많은 대구·경북 지역 소비자가 계란·라면 등 식재료를 평소보다 두세배가량 더 사들이고 있어서다. 또 직장인들의 재택근무가 늘며 가정에서 음식을 해 먹는 경우가 잦아진 것도 이유다.

27일 한국계란유통업협회 선별포장업 대구지부에 따르면 이날 대구·경북 지역에 공급된 계란은 약 900만개로 평소(300만개)보다 3배 늘어났다.
유성운 대구지부장은 "소매점으로 나가는 계란 유통량을 최대한 늘렸지만, 대부분의 유통점이 오전에 절품이 되는 상황"이라며 "유통 상인들은 양계장에서 가져온 계란을 선별 포장하느라 새벽까지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에 계란 소비가 급격히 늘어난 건 지난 25일 이후다. 유지부장은 "지난주부터 늘어난 계란 소비가 '대구 봉쇄' 발언 이후 급격히 늘어 사재기 현상까지 보인다"며 "사람이 많은 대형마트는 피하고 있어 동네 마트에 몰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5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당·정·청 협의회 결과 브리핑에서 '대구·경북 최대 봉쇄조치'를 언급했다가 논란이 일었다.

계란 산지 가격도 올랐다. 대구지부에 따르면 2월 둘째 주까지 한판(특란 30개) 3400원이던 산지 계란 가격은 21일(300원)·26일(450원) 두 번에 걸쳐 올라 이날 4400원에 거래됐다. 대한양계협회에서 집계하는 산지가(경북 영주 기준)도 지난주 4290원(특란 30개)에서 이번 주 4590원으로 300원 올랐다.

반면 소매가는 크게 오르지 않았다. 유지부장은 "지금 대형 마트에서 할인 행사를 하고 있어 동네 마트 가격도 (마트 가격과 연동해) 크게 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대로 갈 수는 없기 때문에 다음 주부터는 소매가도 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에서 동네 마트를 운영하는 남모(57)씨는 "계란은 평소 하루 20판 나가는데, 이번 주 하루 40~50판 나가고 있다. 계란 한판 이상 사가는 사람이 드문데, 보통 두세판씩 사간다"라며 "라면은 대리점에서 할당량만큼 받는다. 신라면·안성탕면은 2~3일에 5박스 정도만 들어와 평소 안 팔리는 라면이 지금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단 "일부 상품이 바닥나는 현상은 지난 주말부터 이번 주 초까지가 피크였고, 어제(26일)부터 조금씩 안정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라면 공급도 늘었다. 신라면을 생산하는 농심에 따르면 평소보다 출고량이 30% 이상 늘었다. 농심 관계자는 "5개라면 생산 공장에서 가능한 한 최대한으로 생산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단 "재고 품귀 현상은 없다"고 밝혔다.

계란 수요 증가는 수도권 등 전국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계란유통업협회 선별포장업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전국 유통량은 약 5000만개로 평소(4000만개)보다 25%가량 늘었다. 이 중 마트 등을 통한 개별 소비는 약 60%를 차지한다.

강종성 선별포장업위원장은 "대구·경북은 지난주부터 시작됐고, 이번 주 수도권도 계란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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